2018 러시아월드컵을 3개월여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전술에 다양성을 가미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다만 수비 집중력에서는 여전히 큰 의문부호를 남겼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윈저파크 국립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1-2로 패했다.
전반 이른 시간 박주호와 권창훈의 합작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에 세트피스 상황에서 동점을 허용했고 후반에는 역전골을 막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패하긴 했지만 이날 한국은 4-3-3 포메이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월드컵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뜻깊은 수확이다.
신 감독은 지난해 11월 평가전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한국축구에 맞는 옷을 입혔다.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가운데 좌우 날개와 윙백의 유기적인 호흡이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었다. 사이드 위주의 부지런한 플레이로 키 플레이어 손흥민에게도 좋은 기회가 자주 찾아왔다.
신 감독은 4-4-2 포메이션으로 동아시안컵과 A매치 평가전에서 재미를 봤다. 이대로라면 월드컵에서도 주력 전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 가지 전술만으론 월드컵에 나설 순 없다. 신 감독은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은 뒤 3+2수비 변형전술을 가동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선수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전술인 데다가 짜임새도 없었다.
4-2-3-1, 3-4-3 등 다양한 전술 실험을 한 신 감독이지만 변변치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 축구의 몸에 맞지 않았다. 월드컵에 데려 갈 선수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전술의 방향성에서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 상황이다.
이날 북아일랜드전에서 신 감독은 4-3-3을 꺼내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쓴 적 없는 전술이다. 이 전술은 짧은 패스를 통한 공간 침투에서 강점이 있다. 선수비-후역습에도 유용하다.
부지런함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한국은 역습보다 점유율 축구에 무게를 뒀다. 짧게 주고받는 패스로 상대의 체력을 뺐다. 김진수는 좌측에서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간을 창출했다. 4-3-3이지만 필드 상황에 따라 권창훈이 아래로 내려와 4-4-2 전술을 병행했다.
김진수가 전반 일찍이 부상으로 나갔다. 김민우가 대신 투입됐지만 전술은 그대로 이어졌다. 이재성은 좌우를 자유롭게 오가며 공격의 활로를 만들었다. 기성용, 박주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역할에서 차이가 있었다. 기성용은 수비 상황에서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센터백 같은 역할을 했다. 공격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서기보단 수비진영에서 패스를 주고받을 공간을 창출했다. 완벽한 홀더 역할이다. 반면 박주호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했다. 역습 상황에서 빠르게 공을 공급하고, 우리 공격이 끊겼을 땐 상대의 빌드업을 차단했다. 선제골 당시 박주호의 정확한 침투패스는 그 역할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이다.
수비 집중력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전반 19분 프리킥 상황에서 북아일랜드의 계획된 플레이를 너무 쉽게 허용했다. 아울러 경기 막판 단 한 번의 상대 역습에 실점을 허용했다. 노련한 코치진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