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년…“수색은 제자리걸음”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년…“수색은 제자리걸음”

기사승인 2018-03-26 15:34:13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조속한 사고 원인규명을 정부에 촉구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와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26일 서울 종로구 4·16연대 대회의실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년에 즈음하여’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승렬 시민대책위원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수색에 진척이 없다”며 “정부는 국민의 생사 안위에 애쓰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3월26일 브라질 구아이바에서 철광석 26만톤을 싣고 출항한 스텔라데이지호는 같은 달 31일 남대서양 서남 해역에서 선박 침수 사실을 알린 뒤 연락이 두절됐다. 당시 선박에는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6명 등 총 24명이 승선해 있었다. 필리핀인 선원 2명이 구조된 뒤로 구조 활동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스텔라데이지호에는 2척의 구명정과 5척의 구명벌이 있었다. 이 중 구명정은 2척 모두 발견됐지만, 구명벌은 3척만 발견된 상태다. 가족대책위는 “구명벌 2척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수색을 종료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가족대책위가 강조한 부분은 심해수색장비 투입이었다. 허경주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는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 선박의 블랙박스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스텔라데이지호와 비슷한 (문제를 가진) 선박이 27척 남아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가족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980년 9월 스텔라데이지호와 유사한 영국의 더비셔호가 침몰했다. 최초 사고원인으로 기상 악화가 지목됐지만, 최종적으로는 선박의 구조적 결함으로 드러났다. 당시 심해수색장비 투입을 통해 원인을 밝혀냈다. 이후 선박안전기준 강화 및 블랙박스 장착 의무화가 진행됐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에도 같은 방식으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장비 투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대책위 측은 “가장 큰 이유는 심해장비를 투입한 선례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에 장비를 투입하면, 다른 사건에서도 같은 요구가 계속될 것을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스텔라데이지호와 비슷한 선박들의 관리가 미흡하다”며 “해양수산부도 알고 있지만,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심해수색장비가 투입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정부는 우선 장비를 통해 사진을 찍고, 사태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가족대책위는 “예산 차이가 크지 않은데 블랙박스 회수를 보류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블랙박스가 없으면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사고해역 인근에서 스텔라데이지호 구명정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외교부는 “해당 구명정은 스텔라데이지호와 관련 없다”면서 “사고 발생 이틀 뒤 구명정 2척을 모두 수거했다”고 일축했다. 다만 구명정 1척은 상판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가족대책위는 다음달 열릴 공청회에서 심해수색장비 투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김도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