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됐을까] 전주 첫 마중길, 신호체계 개선했지만… ‘왜’라는 의문부호 여전

[어떻게됐을까] 전주 첫 마중길, 신호체계 개선했지만… ‘왜’라는 의문부호 여전

기사승인 2018-03-30 06:00:00

“신호체계를 개선하면서 도로 막히는 문제가 확실히 해결됐어요. 그렇지만 큰돈을 들여서 이 짓(첫 마중길 사업)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전시행정의 전형이죠”(택시기사 이문용(가명·49)씨)

전주시는 지난 2016년 전주역 앞 도로가 휑하다는 이유로 ‘첫 마중길’ 사업을 추진했다. 전주역에서 전북대에 이르는 도로 1㎞ 구간 한가운데에 보행길을 까는 대규모 공사다. 60억원을 들인 이 공사로 8차선 도로가 6차선으로 줄고, 폭 10m의 양쪽 인도는 2.5m로 대폭 좁아졌다. 그렇게 조성된 중앙 보행길에 조형물을 세우고 나무를 심어 ‘걷고 싶은 길’을 만든다는 게 전주시의 생각이다.

앞서 쿠키뉴스는 마중길 조성사업으로 발생한 교통 체증 문제(제목: [기획] 전주 첫 마중길, 無합의-교통체증 가중에 주민 불만 고조)와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문제(제목: [기획] ‘둥지 내몰림’ 방지한다더니… 전주 첫 마중길, 제2의 한옥마을 사태 예고)를 기획 보도한 바 있다.

1여년 만에 다시 찾은 마중길은 몇몇 조형물과 커다란 나무가 새로 들어선 것 외에 큰 변화가 없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인터뷰에 응했던 감자탕집은 종적을 감췄다. 유흥업소는 여전히 거리 양변에 즐비했다.

전주시에서 만난 주민들은 신호체계 개선으로 마중길 교통체증이 크게 줄었다고 증언했다. 택시기사 A(54)씨는 “확실히 차가 잘 빠진다”고 말했다. 다만 “역전은 지금도 막힘이 심하다. 사람 기다리느라 빙빙 도는 차량이 많기 때문이다. 역 주차장을 문제 개선을 위해 개방해야 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마중길이 생기면서 신호가 추가돼 막혔던 부분이다. 과거 좌회전하던 차량이 멈추면 직진차량도 멈추게 돼 교통체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좌회전·직진 신호를 동시에 준 뒤 전주역 들어가는 직진신호를 주는 방식으로 바꿔서 많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마중길 사업의 뚜렷한 목적을 아직까지도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마중길에서 만난 B(55·완산구 태평동)씨는 “관광객 대부분이 한옥마을로 간다. 전주역에서 택시를 타면 되지 굳이 이 앞까지 걸어올 이유가 없다. 이쪽에선 택시 잡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 사는 시민 중에 여기(첫 마중길)를 명소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시에서 약속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고 겉치레뿐인 의견수렴에 주민 불만만 쌓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주시는 첫 마중길 사업에 대해 ‘직선보다는 곡선을 지향하는 전주의 상징적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B씨는 “가이드가 옆에 붙어서 마중길의 의미를 설명해도 이해하긴 힘들 것”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콩나물국밥집에서 만난 C(47·여)씨는 “걷고 싶은 거리가 되려면 주변 유흥업소부터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변을 봐라, 유흥시설이 가득하다. 밤만 되면 번쩍번쩍 불빛으로 음흉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누가 여길 문화 거리로 생각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첫 마중길이 조성된 이후 원주민이 지가 상승으로 쫓겨나는 둥지 내몰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중길 대로변의 국밥집 종업원 D(43·여)씨는 “마중길 사업을 크게 반대했던 분들 상당수가 이곳을 떠났다. 임대료 상승으로 떠난 분도 그 중에 있다”면서 “전주시가 임대료 인상을 제한한다지만 그게 어디 쉽게 되겠나. 남은 세입자들은 그저 숨죽이고 지낼 뿐이다”라고 털어놨다.

첫 마중길이 조성된 뒤 상생발전협의회가 발족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협의회 구성원이 누구이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마중길 일대 상인들은 상생발전협의회가 실질적으로 이 지역 상인과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주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현재 마중길이 유흥업소 위주로 상권이 형성돼 있는 건 맞다. 그러나 시에서도 문화 거리에 맞게 상권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에서는 조례나 법령이 제정되지 않아 임대료 상승을 규제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지만, 협의회를 통한 자발적인 문제 해결을 유도하겠다고 전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