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오버워치 리그, 대리게이머에게 내려진 솜방망이 징계

[옐로카드] 오버워치 리그, 대리게이머에게 내려진 솜방망이 징계

오버워치 리그, 대리게이머에게 내려진 솜방망이 징계

기사승인 2018-03-29 16:30:19

대리게이머들이 속속들이 오버워치 리그에 합류하고 있다. 댈러스 퓨얼 ‘오지’ 손민석은 지난 23일 오버워치 리그로부터 고작 4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마저도 입단 전 그와 함께 대리게이머로 활동했다고 주장한 익명 유저의 폭로가 없었다면 유야무야 지나갔을 터였다. 댈러스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 어떤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다.

타 종목과 비교하면 징계 수위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다. 펍지 주식회사는 최근 배틀그라운드 코리아 리그(PKL)의 출범을 알렸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대리게임 전적이 있는 프로게이머(또는 지망생)에게 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리고 있다. 기간은 짧게 3개월에서 길게는 영구 출장 정지까지다.

제재를 받은 대다수는 배틀그라운드에서 대리게임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오버워치로 활동할 때 발생한 일이다. 타 종목에서 대리게임을 해도 1년 출장 정지 처분을 받는데, 정작 해당 종목에서는 4경기 출장 정지에 그친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징계의 형평성 문제 또한 제기되고 있다. 블리자드는 앞서 지난해 11월 프로게이머 ‘사도’보다 대리게이머 ‘뜨용’으로 더 유명한 김수민(필라델피아 퓨전)에게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오버워치 리그의 팬들은 지난 4개월 동안 26경기가 줄어든 까닭을 알지 못한다.

계속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설상가상 ‘퀴나스’ 박민섭이 지난 28일 보스턴 업라이징의 아카데미 팀인 토론토 e스포츠에 입단했다. 한국 컨텐더스 리그 참가 팀인 폭시즈에서 “대리 의혹이 정황상 확실하다는 판단” 하에 방출된 지 약 1달 만이다.

현재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에 참가 중인 프로게이머 대다수의 목표는 더 높은 무대, 즉 오버워치 리그로의 진입이다. 컨텐더스에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한 뒤 세계 최고 리그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기왕이면 현재의 팀원들과 모두 함께 가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박민섭은 불명예스럽게 팀에서 쫓겨났고, 이후 꿈에 한 발 먼저 다가섰다. 정직한 사람만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게임은 경쟁의 장이다.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 대리게임과 비인가 프로그램 사용은 이 기본적인,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가치를 훼손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최고의 리그를 표방한다던 오버워치 리그, 그곳에선 누군가의 즐거운 추억을 불쾌한 경험으로 바꾸는, 그런 저급한 선수들이 뛰어도 아무렇지 않은 것일까. 블리자드는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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