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진호 감독이 예견한 경남의 돌풍, “차라리 클래식 3위가 쉬워”

故 조진호 감독이 예견한 경남의 돌풍, “차라리 클래식 3위가 쉬워”

기사승인 2018-04-02 14:24:08

“K리그 클래식 승격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번 시즌 첼린지 우승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경남이 워낙 잘한다. 차라리 클래식에서 3위정도 하라면 그게 더 쉬울 것 같다”

지난해 5월, FA컵 16강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故 조진호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침울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부산은 승부차기 끝에 서울을 꺾고 8강에 올랐지만 조 감독은 인터뷰의 상당부분을 경남 이야기에 할애했다. 

이 날 만이 아니다. 조 감독은 인터뷰가 있는 날이면 “왜 이 팀이 2부 리그에 있냐”며 경남의 ‘넘사벽’에 우는 소리를 했다. 입가엔 미소가 있었지만 누가 봐도 ‘웃픈’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 감독이 이끈 부산 아이파크는 지난 시즌 초 반짝 1위에 올랐다가 이후 8개월여를 내내 2위에 머물렀다. K리그2(첼린지)에서 1위는 상위리그에 직행하고 2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조 감독이 별세한 뒤 부산은 2위로 리그를 마감한 뒤 PO에서 상주에 패해 2부 리그에 머물렀다.

그의 혜안이 올해 1부 리그(K리그1)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복수의 감독들과 선수, 미디어 매체들은 경남의 선두 질주를 일회성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 2015-2016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여우군단 레스터시티가 상승세를 시즌 끝까지 끌고 가며 1위를 차지한 것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종부 감독의 리더십이 눈에 띈다. 올 시즌 개막 후 상주, 제주, 전남에 이어 선두 경쟁 중이던 강원까지 쓰러뜨렸다. 4경기에서 11득점 3실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리그 내 최고 득점, 최저 실점이다. 외국인 용병 네거바와 쿠니모토도 적재적소에 배치돼 훌륭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상위 스플릿을 넘어 리그 우승까지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남 상승세의 중심에는 말컹이 있다. 승격 후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과 레드카드 퇴장을 동시에 받아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감독들도 말컹의 ‘미친 존재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K리그를 휩쓴 조나탄(전 수원 삼성)에 견주어 평가되기도 한다. 퇴장으로 경기 출전 수가 줄었음에도 3경기 6득점으로 득점왕에 오르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경남의 연승이 아직 강팀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남은 이번 달 대구를 홈으로 불러들인 후 전북(홈), 포항(원정), 울산(홈), 수원(원정)과 차례로 맞붙는다. 더구나 주중 경기가 껴 있기 때문에 스쿼드가 두텁지 못한 경남 입장에선 가시밭길 일정이다. 

죽음의 4연전을 앞두고 김종부 감독은 겸손했다. 김 감독은 “정말 어려운 고비는 이제부터다. 4월 결과에 따라 우리 팀의 시즌 성적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잘해준다면 가능성이 있다. 7경기 중 3승 이상을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경남의 의문부호는 이달 남은 경기를 통해 불식될 수도, 팩트로 확인될 수도 있다. 조진호 감독은 경남의 끈끈한 경기력엔 틀림없이 이유가 있다고 했다. 물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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