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몸값 1000억원’ 손흥민 커리어에 군경팀 새겨야 하나

[옐로카드] ‘몸값 1000억원’ 손흥민 커리어에 군경팀 새겨야 하나

기사승인 2018-04-06 05:00:00

토트넘 훗스퍼가 병역 문제에도 손흥민과 재계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 선’ 등 복수의 현지 매체들은 토트넘이 포체티노 감독 및 핵심 선수 6명과 장기계약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핵심 선수’에는 해리 케인, 델레 알리과 함께 손흥민이 포함돼있다. 손흥민의 팀 내 입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사상 가장 뛰어난 공격수다. 지난해 유럽리그 아시아인 시즌 최다골 기록(21골)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차범근이 1985-19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세운 19골이다. 아울러 손흥민은 지금까지 EPL에서 30골을 넣어 박지성이 가지고 있던 EPL 통산 최다골(19골)을 가뿐히 넘어섰다. 현재도 득점을 할 때마다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올 시즌 손흥민은 리그(12골)와 FA컵(2골), 챔피언스리그(4골)에서 고르게 득점하며 18호골을 기록 중이다. EPL 사무국은 지난 3일(한국시간) 발표한 EPL 선수 순위에서 손흥민을 9위에 올렸다. ‘스카이스포츠’가 발표한 지난 라운드 EPL 파워랭킹에선 6227점을 받아 7위를 차지했다. 지난 30라운드엔 9520점을 받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손흥민 뒤로는 다비드 실바(9035점), 에데르손(8628점), 마레즈(7591점), 스몰링(7493점) 등 내로라하는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다.

몸값도 천정부지 상승 중이다. 2015년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하며 아시아인 역대 최고 이적료인 3000만 유로(약 389억원)를 기록했다. 3년이 지난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손흥민의 몸값을 9040만 유로(약 1174억원)로 평가했다. 직전에 발표했던 8650만 유로(약 1123억원)보다 390만 유로(약 50억원) 올랐다. 지난 2월엔 8320만 유로(약 1080억원)였다.

이 같은 손흥민의 가치 상승과 정비례로 국내 팬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손흥민의 병역문제 때문이다. 

손흥민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일부 팬들은 손흥민 대신 군 복무를 하겠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현재 손흥민의 병역 문제를 거론한 청원은 200건을 훌쩍 넘었다. 한창 전성기를 만끽하고 있는 손흥민이 병역 문제로 커리어를 끝내선 안 된다는 목소리들이다.

병역혜택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홍명보의 아이들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딸 당시 손흥민은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목에 걸 땐 소속팀 레버쿠젠이 차출을 거부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손흥민은 와일드카드로 뛰었지만 8강에서 온두라스에 패하며 병역 혜택이 좌절됐다. 경기 후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고, “내가 기회를 놓쳐서 졌다”면서 자책했다.

손흥민은 1992년생으로 현재 만 26세다. 가장 좋은 건 올해 8월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마저 실패하면 군경팀 입단을 위해 내년 K리그 팀에 들어가야 한다. 만 27세 이하, K리그 한 시즌 이상 활약이 군경팀 입단 조건이기 때문이다. 군경팀을 포기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 동메달을 노리는 방법이 있지만 실패 시 일반인 신분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 남성인 이상 병역의 의무를 빗겨갈 순 없다. 지금껏 숱한 남성 유명인이 병역 문제로 비난을 받았다. 어떤 이는 병역 면피를 위해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가 20여년동안 입국이 금지됐다. 또 다른 이는 선거운동 중 병역 문제가 불거져 결과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렇듯 병역 의무는 항상 민감하게 다뤄졌다. 손흥민 병역 특례를 국민 대부분이 원하는 모양새라 해도 아무런 관련법 없이 특혜를 줄 순 없는 노릇이다.

올 시즌 EPL 득점선두에 올라있는 모하메드 살라는 과거 병역 문제로 이집트 당국으로부터 강제 징집이 될 뻔했다. 그러나 이브라힘 마흘랍 당시 총리는 2014년 국가대표팀 코치와 교육부 장관 등과 회동해 살라의 입대를 직권으로 연기해줬다. 이 선택으로 이집트는 EPL 최고의 공격수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선수들이다. 16강 진출 후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국방부는 관련 규정을 고쳐 대표팀 10여명에게 병역 혜택을 부여했다. 병역의무의 형평성이 문제로 대두됐지만 이후 4강까지 오른 한국의 기적 같은 스토리에 논란이 파묻혔다. ‘2002 세대’는 이후 유럽 등 큰 무대로 나가 차세대 꿈나무들이 유럽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놓았다.

우리나라 정서상 손흥민 병역 문제가 모하메드 살라처럼 해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병무청 한 관계자는 “병역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감정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터키처럼 일정 금액을 내면 군 면제를 해주거나 운동선수는 38살까지 입대시기를 연기해주는 방안 정도는 심도 있게 논의해볼 법 하다. 미래를 위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군 복무 이야기를 꺼내기엔 이른 나이지만 이강인(발렌시아 CF 메스타야), 장결희(아스테라스 트리폴리스 FC) 등 제2의 손흥민을 꿈꾸는 이들도 언젠가 병역 문제에 직면할 때가 온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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