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 회수가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블랙박스가 확보되면 침몰 원인 규명이 가능하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세계적 심해수색 미국전문가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의 기자간담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심해수색분야 권위자 데이비드 갈로 미국 CNN 해양분석가와 윌리암 랜지 미국 우주홀 해양연구소 연구실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타이타닉호 등의 탐사작업에 참여한 우주홀 해양연구소 출신이다.
갈로 해양분석가는 “해저 지형은 상상보다 아주 복잡하다”며 “블랙박스 회수는 최상의 장비와 인원들이 준비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공 가능성은 75%”라면서 “돌발변수가 많지만 2달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스텔라데이지호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랜지 연구실장 역시 선박의 위치 파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침몰한 배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심해수색 탐사에는 많은 계획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랜지 실장에 따르면 선박 위치만 찾아내면 블랙박스 회수는 비교적 수월하다. 랜지 실장은 명확한 조사를 통한 유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언급했다.
박 의원은 하루빨리 사고원인 파악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의원은 “심해수색장비 투입에 기술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비용은 국가가 먼저 충당한 뒤, 책임규명 결과에 따라 선주 등이 부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경주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는 “공청회에서 블랙박스 회수에 타당성 및 당위성이 명확해졌다”면서 “미국 전문가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심해수색 장비를 통해 블랙박스 회수한 선례가 없기 때문에 관련 분야 권위자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19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의 진상규명을 위한 예산 투입 검토 공청회가 열렸다. 이용국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안전·방위연구본부장은 “스텔라데이지호를 찾는 것에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정부에서 얼마나 도와주느냐의 문제”라며 정부의 역할과 의지가 절대적임을 강조했다. 이에 이재완 외교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은 사고해역 인근국인 우루과이, 브라질 등에 실종자 수색 협조를 적극 요청하고, 심해수색장비 투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26일 브라질 구아이바에서 철광석 26만톤을 싣고 출항한 스텔라데이지호는 같은 달 31일 남대서양 서남 해역에서 선박 침수 사실을 알린 뒤 연락이 두절됐다. 당시 선박에는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6명 등 총 24명이 승선해 있었다. 필리핀인 선원 2명이 구조된 뒤로 구조 활동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구조된 필리핀인 선원 2명으로부터 “배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선사 ‘폴라리스쉬핑’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그동안 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진상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가족대책위는 지속적으로 심해수색장비 투입을 주장해왔다. 허 공동대표는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 선박의 블랙박스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스텔라데이지호와 비슷한 (문제를 가진) 선박이 27척 남아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