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민투표법 처리를 위한 실무적 시한을 넘기면서 ‘6월 개헌’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31년 만에 개헌을 기다리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습니다. 문제는 개헌만이 아닙니다.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야 대립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4월 임시국회는 지난 2일 예정됐던 첫 본회의가 파행된 뒤로,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개헌을 비롯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민생·개혁 법안 등이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것이죠. 여·야가 정쟁에만 관심을 쏟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지도부는 23일 댓글조작 관련 특별검사(특검) 도입 및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들은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대선 불법 여론조작 사건의 진상규명, 분권과 협치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진정한 개헌, 산적한 국회 현안 해결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불법 대선 여론조작은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특검과 국정조사를 받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민주주의에 불복하는 것”이라고 여권을 질타했습니다.
앞서 김경수 민주당 의원 지시로 민주당원 김모씨(필명 드루킹)가 특정 기사의 댓글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이에 야권은 해당 사건에 대한 특검을 주장해왔습니다.
같은 날 여당은 야당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특검 도입을 선을 그으며,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처리를 촉구했죠.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은 지금) 특검을 빌미로 개헌을 완전히 걷어차겠다는 것”이라며 “23일은 지방선거에서 개헌 동시투표를 위한 마지막 시한”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금이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오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6월 개헌은 국민의 간절한 요구이자 촛불 혁명의 완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6월 개헌 무산으로 헌법 개정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방선거만큼 국민의 관심을 이끌 정치 행사가 당분간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개헌의 핵심으로 꼽히는 ‘권력구조 개편’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여·야의 줄다리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회정상화가 시급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6일 청년일자리 대책, 조선·자동차 등 주요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위기지역 지원을 위한 3조9000억원의 추경을 긴급편성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이 대치를 거듭하면서 정부의 추경안은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산업법, 생계형적합업종특별법, 소상공인지원법 등 각종 민생 경제법안도 각 위원회 테이블에 오르지 못 했습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쓰레기 대란 문제, 미세먼지 대책 등의 현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 한 상황입니다.
여·야의 대립으로 민생은 방치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서로의 옳고 그름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국민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국회를 정상화해 신뢰를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