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청와대 청원에는 ‘미세먼지의 위험 그리고 오염 및 중국에 대한 항의’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한 달 동안 총 27만8128명이 참여,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분노에 기인한다.
청원은 우리 정부가 중국에 제대로 된 ‘항의’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아, 중국 정부에 산둥반도내 공장 폐쇄 등 직접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라는 것이 주된 요지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를 거부하면 ‘단교’나 ‘국제소송’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다분히 강경한 주장을 포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해당 청원의 현실 가능성은 없다. 대중국 외교의 중요성을 차치하더라도, 미세먼지의 원인이 오롯이 중국 때문이라는 주장을 입증할 증거도 충분치 않다. 그럼에도 중국과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공동 대응에 정부가 소극적이란 지적은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 이와 관련해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 23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협력은 가능할까’란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보고서는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이 국내외 배출원 및 오염원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가 대규모 오염원을 지닌 중국의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실제로 이런 민심을 반영해 제19대 대선에서는 모든 대통령 후보자들이 중국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었다.
공약 이행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 지난해 9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요지는 오는 2022년까지 국내 배출량 30% 감축, 미세먼지 나쁨 일수 70% 감축이다.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에 있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의 협력을 과거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지닌 협력 의제로 다루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나온다. 중국은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까? 그렇게 기대해도 될까? 또한 한·중 환경협력은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 논의의 테이블에 오르기도 어렵다
미세먼지의 배출원(혹은 오염원)은 국내요인과 국외영향으로 나뉜다. 미세먼지는 발생 후 그 영향의 범위에 있어서 권역성을 지닌다. 특히 편서풍이라는 대기의 순환과 관련되므로, 우리나라 미세먼지 대기오염은 중국, 몽골, 그리고 북한의 국외영향도 고려돼야 한다. 무엇보다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의 쟁점은 그 발생원이 어딘지 정확한 측정이나 파악이 어렵다는 점에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중국이 끼치는 한반도 미세먼지 영향에 대해선 견해차가 크다. 중국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 오염물질의 1/3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중국의 영향은 30% 이하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까지 과학적 견해는 아직도 통일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을 중심으로 국내외 80개 기관, 580여명이 참여했던 2016년 한·미합동연구(KORUS-AQ) 결과에서도 어느 쪽이 더 큰 원인이라는 것을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보고서는 미세먼지 연구가 배출원의 책임이 국내에 있느냐, 국외에 있느냐를 밝히기 위한 목적이라면, 그 결과는 계속 한계를 지닐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사기간 및 계절, 매일의 날씨 변화에 따라 연구 결과는 상이할뿐더러 해석에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의 미세먼지 오염원이 한국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인정한 적은 없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국가 간 협력의 전제는 당사국들이 갈등의 소지를 인정하는데서 시작된다. 적어도 미세먼지에 대해 한국은 이 문제를 논의의 대상으로 올리는 것 자체가 어렵다.
◇ 한중 미세먼지 협력, 요원하다
보고서는 미세먼지의 주된 책임을 중국에 맞추는 방식이라면, 한·중 미세먼지 협력은 유의미한 결과를 낳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사실 대기오염으로 인한 당사국 간의 분쟁은 명확히 해결된 경우도 극히 드물다.
가령, 과거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하는 산불로 인한 연무 문제는 인접 국가들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월경성 대기오염 문제이었지만, 실질적인 해결이 이뤄지진 않았다. 당사국간 오랜 협의에 의해 2002년에 이르러서야 ‘월경성 연무 공해에 관한 동남아국가연합 협정(ATHP)’이 체결됐다. 어렵사리 맺은 협약이지만, 오염원의 일차 책임국이었던 인도네시아는 어떠한 책임이나 구속력 있는 의무를 명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연무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 만난 자리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 양국 간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중국은 한·중 환경협력센터의 조기 출범과 환경장관 간 협력을 포함한 고위급 관계자 회담 제안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한·중 환경협력센터는 지난해 12월 이후 진척되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문제는 한·중 간의 외교적 주요의제로 대두되긴 했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미세먼지 감축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