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된 가운데, 서울역을 오가는 수많은 시민이 TV 생중계를 통해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봤다.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 비치된 TV 앞에 많은 시민이 모여 앉았다. 두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시작되자 소란스럽던 대합실에 정적이 흘렀다. 시민들은 숨죽이며 TV를 응시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시민들도 멈춰서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는 순간에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시민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들과 부산 여행을 떠난다는 한모(47)씨는 “역사의 한 장면을 지켜보니 울컥한다”며 “아들에게도 정상회담의 의미를 잘 설명해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시민들의 기대는 컸다. 박모(37)씨는 “항상 북한이 배신했었지만, 이번에는 아닐 것 같다”면서 “문 대통령이 뚜렷한 주관을 밀고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옆에 있던 한 남성은 “확실히 과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북한도 주변국의 압박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정모(32)씨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 이슈도 해결돼야 한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꼽히는 비핵화 논의 외에도 북한과의 경제 협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수원에 거주하는 이모(33)씨는 “남북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급하게 추진하면 안 된다”며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정치인들의 역할을 강조한 시민도 있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한모(62)씨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면 정치인들이 단합해야 한다”며 “더 이상 우리끼리 분열하지 말고, 지금은 국민을 위해 일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만난 시민 대다수가 이번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지만, 우려의 시선 역시 존재했다. 서울역 인근에서 일하는 김모(67)씨는 “결국 북한은 우리를 배신할 것”이라며 “항상 북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