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의식을 잃고 도로에 쓰러져 있던 윤모(47)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던 과정에서 폭행을 당해 숨을 거둔 강모(51‧여) 소방위가 생전 “맞은 것보다 모멸감이 드는 욕설이 더 끔찍했다”고 토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강 소방위와 함께 당시 사건현장에 출동했던 박중우 익산소방서 소방사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병원 이송 도중 의식을 찾은 윤씨가 욕설을 많이 하고 난동을 부렸다”며 “이어 저도 얼굴을 한 대 가격 당했고 경찰에 신고하는 도중 강 소방위가 머리를 5대 정도 맞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소방사에 따르면 윤씨는 처음 들어보는, 생식기와 관련된 모욕적 욕설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박 소방사는 “직접적 가격보다 간접적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러 갔는데 오히려 당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은애 익산소방서 119안전센터장은 “당시 강 대원이 복귀해서 맞은 것보다 입에 못 담을 모멸감 드는 욕을 들은 것이 더 끔찍하다고 계속 얘기를 했었다”면서 “(윤씨가) 부모 욕도 하고 성적인 입에 못 담을 비하 등을 반복했고 그런 것들이 계속 귀에 맴돌아 힘들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사건 뒤 강 소방위는 구토와 경련 등 뇌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한 뒤 지난달 24일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정 센터장은 “저희는 오늘 폭행을 당해도 내일 또 구급차를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심지어 폭행당한 구급대원이 신고를 받고 나가 해당 가해자를 다시 이송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청에서 대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등에 대한 치료를 하도록 얘기는 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그런 것이 힘들다고 호소하면 소방관이 나약하다는 소리를 듣는 분위기라서 아직은 얘기를 못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강 소방위 등을 폭행한 혐의(소방기본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익산소방서는 3일 강 소방위 영결식을 진행한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