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황새 떠난 FC 서울, 울산과 무엇이 달랐나

[옐로카드] 황새 떠난 FC 서울, 울산과 무엇이 달랐나

[옐로카드] 황새 떠난 FC 서울, 울산과 무엇이 달랐나

기사승인 2018-05-02 16:33:29

30일 황선홍 감독이 훈련을 차질 없이 소화할 때만 해도 함께한 선수들은 그가 지휘봉을 내려놓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실 황 감독은 지난 주말 상주 상무전 때 이미 결심이 섰다. 황 감독은 29일 밤 구단측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다음날 이재하 단장 등과 얘기를 나눴다. 그러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사퇴가 확정된 30일, 그는 훈련장소에서 내색하지 않고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작별인사 없이 짐을 쌌다. 그렇게 ‘황새’는 2년간 동고동락한 서울을 떠났다.

황 감독은 FC 서울 공식 SNS 페이지를 통해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순간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 더 좋은 팀과 더 좋은 결과물을 선물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미안함이 크다”고 밝혔다. 그리고 “더 노력하는 모습으로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황 감독의 이별은 이전부터 예고돼있었다. 지난 주말 상주와의 홈경기에서 서울 서포터즈는 응원가 ‘서울을 위해’에 “황새 아웃”을 삽입해 외쳤다. ‘황새 아웃’이 등장한 건 이번 경기만이 아니었다. 황 감독과 선수들이 느꼈을 부담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황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 때마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의 부담감이 크다. 계획한 대로 경기장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백전노장 수비수 곽태휘 역시 얼마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부담감이 너무 크다”고 표현했다.

팬들의 불신은 시즌 전부터 있었다. 서울은 프랜차이즈 스타 데얀을 비롯해 ‘중원의 지배자’ 오스마르, ‘특급 도우미’ 윤일록 등 핵심 전력을 이번 시즌 떠나보냈다. 그 중 데얀은 라이벌 팀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데얀의 대안으로 영입된 건 ‘브라질 듀오’ 에반드로-안델손이다. 두 선수는 올 시즌 10경기에서 2골 2도움을 합작했다. 경기 내에서 둘에 대한 의존도를 감안할 때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할 만하다.

여기에 상징적 의미가 있는 박주영과의 불화설이 겹쳤다. 박주영은 개인 SNS페이지를 통해 “지난 2년동안 아무것도 나아진 것 없는 FC 서울”이라고 비판했다. ‘2년 동안’이란 표현은 곧 황 감독과의 충돌을 의미했다. 

황 감독은 지난 2월 미디어데이에서 이번 시즌 목표를 1위로 잡았다. 그는 “서울은 늘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하는 팀”이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서울은 생각 이상으로 부진했다. 전술이 바뀌고 선수가 바뀌었다. 황 감독은 겨울 이적시장 만족도에 대해 “원하는 선수가 모두 영입됐다”고 표현했지만, 정말로 그럴까라는 의문부호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무엇보다 즉시 전력감이라 할 만한 검증된 선수가 없었다. 홀딩과 풀백이 익숙한 ‘원클럽맨’ 고요한이 측면 공격수로 기용된 뒤 그나마 승리공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남 원정전 패배와 상주전 무승부로 황새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졌다.

FC 서울은 ‘역대 최다 관중 TOP 10’에 모두 이름이 올라가 있을 정도로 수도 구단으로서 큰 인기를 구가해왔다. 지난 2시즌동안 경기당 관중수가 각각 1만8007명, 1만6319명으로 전북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 프런트는 선수 영입에 지갑을 열지 않으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온전히 황 감독이 뒤집어 쓴 꼴이다. 

황 감독은 2016년 6월 팀 감독으로 부임해 그 해 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이듬해 5위에 올랐고, 올해는 9위까지 처져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반등을 위한 프런트의 제스처는 없었다. 구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구단 프런트가 매우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서울의 침체는 울산 현대와 대비된다. 시즌 초 서울과 울산은 나란히 리그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그를 보는 시선은 사뭇 달랐다. 울산은 ‘어차피 올라갈 것 같은 팀’이었고 서울은 ‘기대할 수 없는 팀’이었다. 울산은 시즌 초 리그에서 4연패로 추락했지만 4월달 4승 2무로 반전에 성공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일정을 겸한 가운데 32강 F조에서 상하이 상강, 멜버른 빅토리, 가와사키 프론탈레 등 만만찮은 팀들을 상대로 1패만을 허용하며 16강행에 성공했다.

울산은 이번 시즌 ‘1강’ 전북 현대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거론됐다. 박주호, 황일수 등 해외에서 뛰던 선수가 합류하며 팀 전력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FA컵 우승으로 신뢰를 보여줬다. 리그에서도 2위까지 올랐다가 막판에 아깝게 4위로 처졌다. 지난 2월 미디어데이에서 울산 현대 한 관계자는 “미디어에서 ‘폭풍 영입’이란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 구단에서 들인 돈은 지난 시즌 대비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필요한 선수가 꼼꼼하게 잘 영입됐다. 구단이 김도훈 감독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고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구단측은 이번 시즌을 이을용 감독대행 체재로 갈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반전이 요원하다. 프런트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서울은 제2, 제3의 황선홍 사태를 되풀이할 뿐이다. 구단은 지난 몇 년간 핵심 선수들을 대거 내보냈지만 그에 비견될만한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국내 최고 인기구단으로는 의아한 행보다. 선수 충원은 여름 이적시장이 열려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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