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를 지망하는 중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영재학교의 지원율이 감소세를 접고 상승 기류를 탔다. 고교 동시선발 등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학교별 2단계 전형 즉, 영재성 검사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입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영재학교 경쟁률 추이 및 학교별 영재성 검사 경향 등을 짚어본다.
◇ 평균 경쟁률 14.43대 1… 경기·광주과고 등 상승
2019학년도 전국 8개 영재학교의 총 모집인원은 860명으로 전년도와 같다. 다만 지원 인원은 1만1,792명으로 전년 대비 337명 늘었다. 정원 내 전형의 경우 789명 모집에 1만1,388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은 전년(14.01대 1)에 비해 소폭 오른 14.43대 1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꾸준히 감소하던 영재학교 경쟁률이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강원, 경기, 전북, 제주, 충북 지역의 학생들은 자사고 및 특목고 지원 후 불합격 시 평준화 일반고 추가 배정이 불가능해 인근 비평준화 고교 중 미달학교에 지원해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발생했다”며 “이에 해당 지역 학생들이 전기 모집 고교에 적극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쟁률이 상승한 곳은 경기과고와 광주과고, 세종과학예술영재고, 인천과학예술영재고다. 특히 경기과고, 세종과학예술영재고, 인천과학예술영재고는 학령인구 감소, 영재성 검사일 통일 등의 요인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지원자가 줄어든 다른 영재학교와 달리 지난 2018학년도부터 경쟁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기과고는 서류 접수자 전원을 대상으로 영재성 검사를 실시하는 등 비교적 전형이 간소해 부담이 덜한 편이다. 광주과고는 700명으로 제한하던 1단계 합격자를 ‘영재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 전원’으로 변경하면서 지원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세종과학예술영재고와 인천과학예술영재고는 수학, 과학 외에도 인문, 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어 인문계 지원자들의 유입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대구과고, 대전과고, 서울과고, 한국과학영재고는 경쟁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전년과 거의 동일한 선발 전형을 유지함으로써 광주과고, 세종과학예술영재고 등과 달리 지원자의 폭을 넓히는 등의 요인이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 평가팀장은 “1단계 합격 인원 및 우선 선발 등 전형 변화에 따라 2단계 영재성 검사와 3단계 캠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서울과고 등이 발표한 기출문제를 충분히 반복해 풀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중학교 과정에서 배운 수학, 과학의 주요 개념과 증명 및 실험 관련 내용들을 꼼꼼히 학습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7~8월에 합격자 발표가 난 이후에도 3학년 2학기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않을 경우에는 최종 불합격할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재성 검사, 동시 실시… “기출문제 분석 통해 출제유형 파악”
전국 8개 영재학교는 오는 20일 ‘영재성 검사’로 불리는 2단계 전형을 일제히 실시할 예정이다. 영재성 검사는 학교별 문제유형이 다른 만큼 목표하는 학교의 출제 방향을 확인해 두는 게 좋다.
서울과학고는 전년도에 문항 수를 줄였지만 시간이 부족할 만큼 난이도가 높았다. 입시 전문가들은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제를 접하면서 창의적 사고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2단계 전형은 정답도 중요하지만, 꼼꼼한 문제풀이 과정 역시 중요한 평가요소다. 이 점은 특히 최상위권 변별을 위한 기하 문제에서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과학은 매년 물리, 화학을 중심으로 생명과학, 지구과학, 실생활 소재 등을 통합적으로 출제해 문제풀이 능력을 평가한다.
전년도 경기과학고의 수학, 과학 문제는 기존보다 평이한 난이도를 보였다. 정형화 된 암기 학습, 과도한 선행지식보다는 융합 사고를 통한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문항을 출제하고 있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모두 고르시오’ 문항에서 부분 점수를 주지 않는 게 특징이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최근 수학 문제 경향을 보면 대문항 수는 6개로 감소했지만, 소문항이 증가해 동일한 문제를 다각적으로 해석하도록 했다. 대부분 중등 심화개념에서 출제됐고, 1문제를 제외한 5문제가 서술형으로 나왔다. 과학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비율을 동일하게 가져가고,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열린 문항을 구성하기도 했다. 열린 문항은 서술형으로, 생활과학 상식을 갖춰야 경쟁력 있는 답안 작성이 가능하다.
대구과학고는 최근 3~4년간 문제 출제방식 및 경향에 변화가 없다. 김창식 엠베스트 입시전략 수석연구원은 “매년 타 학교 대비 문항 수가 많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수학은 깊이 있는 심화학습을 한 학생들이 유리하도록 출제됐고, 주로 객관식·단답형 문항이 대부분인 과학에서는 ‘모두 고르시오’ 유형이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과학고는 문제 수를 크게 늘었다. 수학, 과학 모두 전반적으로 문항이 복잡하고 계산 분량이 많아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많은 양의 문제를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연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수학은 단답형, 과학은 객관식·단답형·서술형 문제들이 출제된다.
광주과학고는 수학에서 경시대회 형태의 문제를 내놓았다. 과학은 중등 심화학습이 필요한 문제를 출제해 이에 대한 대비를 요했다. 과목·단원 간 융합보다는 물리와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영역 구분이 확실한 문제를 통해 중등 과정 학습이 잘 돼 있는지 평가했다.
과학예술영재학교의 경우 1회부터 지금까지 2차 전형 시험 문제를 공동 출제하고 있다. 타 학교와 비교할 때 제시문의 길이가 긴 편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학생들은 긴 지문에 당황하지 말고 무엇을 묻는 것인지, 무엇을 답해야 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수학의 기하 조합은 경시 본선 수준으로 상당히 어렵게 출제됐고, 과학은 실험을 설계하고 고안하는 유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