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회화과 수업 중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를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여성 모델이 구속됐다. 그러나 그간 있어왔던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수사 당국의 미온적 처벌과 사뭇 다른 대응에 청와대 청원이 제기됐고, 신청 이틀만에 20만 명에 육박하는 서명이 몰렸다.
지난 11일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소통 광장 코너에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30552?navigation=petitions) 해당 청원에 동참한 인원은 13일 낮 1시 24분 기준 20만3000여명을 넘어섰다.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주기로 한 인원은 20만명으로, 청원들 중 이례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해당 청원의 게시자는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재빠른 수사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여성과 남성 둘 다 동등한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이라며 "누구나 범죄를 저질렀다면 벌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되었다면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절실히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한 남성 모델의 모습을 도둑 촬영한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해당 사진을 게재한 사람은 동료 모델 안모씨(25). 그러나 범인이 특정되기 전에는 홍익대학교 학생으로 추정되며 도덕성 논란이 일었다. 더불어 해당 사진이 게재되며 함께 게시된 글에는 남성 모델의 성기를 조롱하는 등의 글이 덧붙여져 더 큰 분노를 일으켰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6일 해당 사건의 내사에 들어갔고, 지난 10일 안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입건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분노한 부분은 그간 도둑촬영, 불법촬영 등 속칭 '몰래카메라'로 불리는 범죄에 수사 당국이 대응해왔던 방식과 이번 수사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촬영 검거 인원 중 남성은 1만5662명으로 98%를 차지했으며 여성은 총 359명으로 2%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불법촬영 범죄 피해자 2만6654명 중 여성은 2만2402명으로 84%에 달했다. 남성은 600명으로 2.3%를 차지했다.
이같이 '몰카'범죄의 가해자 10명 중 9명 이상이 남성인 상황에서 이같은 '속전속결' 대응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해당 청원에 서명한 이들 중에는 본인이 몰래카메라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로 처벌은커녕 수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분노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덧붙여 몰래카메라 유포자들에 대한 처벌도 낮아 계속해서 범죄에 노출되는 여성들의 2차 피해에는 대응이 미진한 반면, 이번 남성 모델 피해자에게는 경찰 측에서 2차 가해를 적극적으로 대응해주거나 피해자의 심리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등 온도차가 다른 대응이 더욱 남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이밖에도 또다른 몰래카메라 범죄에 수사 당국의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시위가 오는 19일 개최된다. 지난 10일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카페가 개설됐다. 카페 운영자는 "그간 몰래카메라 범죄를 신고하더라도 (수사 당국은)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은 물론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반면 이번 사건처럼 대상이 남자가 되면 수사가 적극적으로 진행된다"며 시위의 목적을 밝혔다. 13일 정오 기준 1만4000여명의 여성들이 가입했다. 해당 시위는 서울 시내에서 열릴 예정이나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