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뉴 메타서 증명된 로스터 두께의 가치

[옐로카드] 뉴 메타서 증명된 로스터 두께의 가치

기사승인 2018-06-15 16:17:33

지난 12일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서머가 개막했다. 4일 차를 맞이한 지금, 리그는 대다수의 예상과 다른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승강전을 통해 올라온 그리핀이 2전 전승으로 단독 1위에 올랐다. 지난 스프링 시즌 한국 패왕으로 군림했던 킹존드래곤X는 젠지에게 패배해 승점을 챙기지 못했다.

리그 첫 주 차를 함축한 단어는 ‘혼돈’이다. 약 보름 전까지만 해도 승격팀이 단독 1위를 달릴 것이란 말은 믿기 어려웠다. 바텀에서 라이즈·탐 켄치가 블라디미르·파이크와 맞대결을 펼칠 것이란 주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모두 현실이 됐다.

모두 8.11패치의 영향이다. 8.11패치는 ‘바텀 라인은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가 함께 가야 한다’는 기존 상식을 파괴했다. 이른바 뉴 메타다. 메타 해석 능력이 곧 팀 성적으로 직결됐다. 새로운 문물을 가장 빨리 인정하고, 적응한 팀들이 초반 순위표 상단에 안착했다.

보는 재미를 헤칠 것이란 우려가 잇따랐던 8.11패치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제법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경기 템포가 빨라졌다는 점에서 호평이 이어진다. 현재까지 롤챔스 서머 평균 경기 시간은 31분01초다. 지난 스프링 시즌 35분41초보다 무려 4분40초나 줄어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유리한 건 로스터가 두터운 팀이다. 이들은 내부 스크림 및 선수 간 의견 공유를 통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명확한 답을 찾아내고 있다. 한 선수는 “10인 로스터를 구축한 A팀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시간 제약 없이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경기 결과로도 나타났다. 10인 로스터를 운영하는 아프리카 프릭스는 지난 13일 SK텔레콤 T1을 2-0으로 완파하고 순항을 시작했다. 이들은 8.11패치를 통해 재해석된 아트록스를 2회 사용했다. 탑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2세트 모두 다른 챔피언을 썼다. 경기력 또한 준수했다. 내부적으로 8.11패치에 대한 승리 공식 풀이가 끝난 모습이다.

젠지는 최우범 감독과 바텀 듀오가 최근 아시안 게임 일정을 소화하면서 메타 해석에서 뒤쳐졌다. 하지만 두터운 9인 로스터의 장점을 잘 살려 승점을 챙겼다. 주전 선수 대신 메타에 최적화된 후보 선수를 적극 기용한 결과다.

킹존전 1세트 정글 싸움에서 완패한 젠지는 2세트에 공격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하루’ 강민승을 기용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또 사파 미드라이너 ‘플라이’ 송용준을 주전 투입해 아우렐리온 솔을 활용하거나, 리산드라 밴을 이끌어내면서 효과를 극대화했다.

물론 반례도 있다. 현재 2전 전승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그리핀은 최소 인원으로 구성된 6인 로스터를 가동 중이다. 하지만 그 어느 팀보다 메타 해석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팀이다.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은 블라디미르와 라이즈 등 AP 딜러 챔피언만을 활용해 6.0의 KDA를 기록하는 등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 T1의 경우 10인 로스터를 활용함에도 불구하고 첫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정글러 ‘블랭크’ 강선구와 원거리 딜러 ‘뱅’ 배준식은 아프리카전에서 스카너와 룰루를 고집했으나 좋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선픽 권한이 있는 블루 팀에서 탈리야를 밴한 것도 메타 해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기존 스포츠 종목에 비해 식스맨의 활용이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페이커’ 이상혁과 ‘이지훈’ 등을 전략적으로 기용해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SK텔레콤 T1정도만이 성공적인 식스맨 활용 예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시즌 아프리카의 성공을 기점으로 다시금 두터운 로스터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팀은 블라디미르를 다룰 수 있는 원거리 딜러, 타릭을 플레이할 수 있는 미드 등을 필요로 한다. 8.11패치는 로스터 두께의 가치를 더욱 상승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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