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으로 골머리 앓는 제주도…찬반 논쟁 가열

‘예멘 난민’으로 골머리 앓는 제주도…찬반 논쟁 가열

기사승인 2018-06-25 12:30:04

제주도가 대거 입국한 예멘인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의 난민 수용 문제를 두고는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23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무사증(무비자) 제도를 이용해 제주를 찾은 예멘인은 561명이다. 이중 549명(남성 504명‧여성 45명)이 난민 지위 인정 신청을 했다. 지난해 예멘 난민신청자(42명)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들은 예멘 내전을 피해 제주까지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이슬람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 세력의 내전이 발발하면서 19만명이 해외로 탈출했다. 당시 많은 인원들이 말레이시아로 향했는데, 체류 기간인 90일이 끝나자 이들 중 일부가 제주도로 넘어왔다. 제주도는 지난 2002년부터 무사증 제도가 도입되면서 외국인이 무비자 상태로 한 달 동안 체류할 수 있다.

예멘인 유입으로 국내 치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tbs 의뢰로 지난 21일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했다. 총 500명이 조사에 참여한 가운데, 반대(49.1%)가 찬성(39%)보다 높게 집계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난민 수용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 허가 폐지·개헌’ 청원에 40만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자는 “제주도의 관광활성화의 일환으로 시작된 무사증 제도와 달리 난민신청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난민의 생계를 지원하는 것이 자국민의 안전과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한 블로그에는 오는 30일 오후 8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난민 수용 반대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수용을 찬성하는 측은 ‘생존의 문제’를 주장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 정우성씨는 지난 20일 SNS를 통해 “오늘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며 “이해와 연대로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 달라”고 밝혔다.

또 다른 청원인은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인권국가”라면서 “그들이 다시는 전쟁위협에 시달리지 않게 최선의 지원을 해주길 청원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국제연합(UN)의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지난 2012년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다. UN의 난민협약에 따라 우리나라는 난민을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난민 인정에는 인색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4년 4월 처음 난민 신청을 받은 후 지난달까지 누적 신청자 4만470명 중 2만361명의 심사를 끝냈다. 이중 4.1%인 839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제주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한 사례는 탈북자를 제3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운 중국인 선교사 한 명 뿐이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전 세계 평균인 38%에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국제 난민협약에 가입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의무를 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법무부는 빠르면 이번 주에 난민 심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제주도 내 난민 심사관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렸고, 아랍어 통역 인력도 2명을 투입했다. 난민심사는 신청(1차 심사), 이의신청(2차 심사) 등 2단계로 이뤄진다.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 구성원·정치적 견해 등이 판단 기준이다. 추가로 난민 신청자가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정치적 박해’를 받을 위험도 고려된다. 테러조직과의 연관성도 심사 대상이다. 법무부는 “면접 과정에서 난민 신청자의 신상을 철저히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사에서 ‘불인정’ 결과를 받은 신청자는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여기서도 기각·거절 통지를 받으면 난민지위불허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이 단계에 놓인 난민 신청자는 취업이 불가하고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평균 3∼5년 정도 소요된다. 패소한 ‘난민불인정자’는 본국 또는 제3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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