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신경전으로 ‘비핵화 시계’ 느려지나

美-中 신경전으로 ‘비핵화 시계’ 느려지나

기사승인 2018-06-26 11:34:41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 통상 분야 등에서 신경전을 벌이면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5일 외신매체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북핵 문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할을 강조했다. 비핵화 협상에서 시 주석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시 주석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비핵화 협상 및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중국 역할론’을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를 동의하면서도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주시할 것”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시 주석은 지난 19~20일 베이징에서 가진 3차 북중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문제에 더 깊숙이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움직임이 미국의 신속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양국은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논의에서 꾸준히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 도쿄신문은 25일 “시 주석이 지난달 7~8일 다롄에서 열린 2차 북중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거치지 않고 한반도와 관련된 중대한 결정을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종전선언에는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이를 6·12 북미정상회담 직전까지 북측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북미 공동성명에는 한반도 종전선언 관련 내용이 한 줄도 담기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통상 분야에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폭탄에 이어 중국에 대한 투자제한 및 수출통제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 역시 맞불을 놓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서양에서는 ‘누가 네 오른뺨을 치면 반대쪽 뺨을 갖다 대라’는 개념이 있다”면서 “우리 문화에서는 한 대 맞으면 펀치로 응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을 열 것”이라며 갈등을 빚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우대’ 정책을 통해 미국에 대한 ‘차별’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미국은 북한에게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할 것으로 관측됐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까지, 즉 앞으로 2년 반 이내 북한의 주요 비핵화 조치를 달성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25일(현지시간) “2개월이든 6개월이든 그것에 대해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북미정상이 제시한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는 비핵화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경제 지원’이라는 당근을 통해 북한을 가까이 두려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북중 교역 관련 공장 운영 재개 및 북한 근로자 고용 확대에 나선 것이 포착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이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을 움직이기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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