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3차 방북’ 엇갈린 평가…비핵화 협상 길어지나

폼페이오 ‘3차 방북’ 엇갈린 평가…비핵화 협상 길어지나

기사승인 2018-07-09 11:30:59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방북 결과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낙관적인 폼페이오 장관과 달리 북한과 외신매체들은 ‘빈손 방북’이라며 비판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7일 평양을 찾았으나 1차(4월1일)·2차(5월9일) 방북 때와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미국이 북한과의 향후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징조라고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 대해 “북한 비핵화 문제 등과 관련해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반면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협상 태도가 일방적이고 강도(强盜)적”이라며 “(협상이)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어디에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이 확실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6·12 북미정상회담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9시간에 걸친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시간표·검증 등에 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싱가포르에서 북한이 약속한 ‘6·25 참전 미군 유해 송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 등의 문제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와 관련한 후속 실무 협의를 한다는 것에 합의했을 뿐이다. 미군 유해를 넘겨받기 위해 미국이 준비한 나무 상자들은 지난달 24일 북한에 전달된 뒤로 소식이 없는 상태다. 

외신 매체들도 현재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에 대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되고 어려워질 것임을 나타내는 신호”라면서 “‘김 위원장은 핵무기 포기 의지가 있다’고 증언해온 폼페이오 장관을 공개적으로 망신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윌 리플리 CNN 기자는 SNS를 통해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지 않은 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며 “북한은 불길한 어조로 미국의 태도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북한의 ‘선(先) 종전선언’과 미국의 ‘선(先) 비핵화’ 대립 구도가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지난달 대북 제재 행정명령 6건의 효력을 1년 연장하기로 한 것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다방면 교류, 종전 선언 발표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 후속 조치가 가시화되기 전에는 종전선언 등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조급함’이 있다. 미국 대통령의 재선 풍향계인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까지 북한 비핵화 성과가 절실하다. 여기에 북중 관계가 호전된 점도 북한을 여유롭게 만들었다.

다만 북미 양측은 협상을 깨지 않고, 오는 12일 열리는 유해 송환과 관련된 후속 협상으로 논의를 미루며 여지를 남겨 놓았다. 비핵화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판은 계속 이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양국 정상이 친서를 교환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8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기회를 잡는다면 미국과 정상적 외교 관계를 회복한 베트남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은 베트남과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북한과도 같은 수준의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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