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여파에 정부 눈총까지…안팎으로 힘든 롯데

사드 여파에 정부 눈총까지…안팎으로 힘든 롯데

롯데면세점 인천공항 면세점 4곳중 3곳 철수…중국서 마트 이어 백화점도 철수 검토

기사승인 2018-08-01 01:00:00

롯데가 사드 보복과 정부에서의 미운털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드보복으로 인한 손해뿐 아니라 전 정권에서의 유착 관계 등을 이유로 면세점 재입찰 등에서도 줄줄이 탈락하고 오너 구속과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까지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면세점과 롯데마트·롯데백화점 등 계열사 사업이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체계)로 인한 악영향으로 고꾸라지고 있다. 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에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데 이어 정부에서도 따로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으면서 점차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은 31일 20시를 기점으로 인천공항 1터미널 DF1구역(향수·화장품), DF5(패션잡화), DF8(탑승동) 영업을 종료한다. DF3구역의 주류·담배·식품만 남기고 4곳중 3곳을 철수하는 것이다. 

그동안 이 세 구역에서 롯데면세점은 420여개 브랜드를 유치했고, 1200여명의 브랜드 판매직원이 근무해왔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가 뚝 끊겼고, 그중에서도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반감으로 면세점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 임대료 조정 협상을 타진했지만 결국 결렬되며 면세 특허 반납이라는 초강수를 택했다. 이후 공사가 제시한 낮아진 임대료 수준에 입찰까지 실시했지만 가장 높은 입찰가에도 '들러리' 신세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보다 입찰가를 낮게 쓴 신세계와 신라가 최종 면세사업자 후보에 오르면서 정부와 인천공항공사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롯데에 대한 사드 보복 자체가 사드 부지 제공으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정부에서 이른바 배려 차원의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은 아쉽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사업권 종료를 통해 2020년까지 약 1조4000억원의 임대료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개선된 수익구조로 시내면세점 경쟁력을 강화하고 온라인면세점 마케팅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이은 경쟁에서의 탈락으로 롯데면세점은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말 기준 41.9%였지만, 이번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3곳의 영업중지로 인해 35.9%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도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해 철수했고, 이후 해당 면세구역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 입찰에서도 가장 높은 값을 써냈는데도 신세계에 양보해야 했다. 

제주 등 인천이 아닌 다른 공항면세점 입찰에서도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롯데 기피현상 등이 우려되는 점 등을 감안돼 롯데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신라면세점에 내줘야 했다. 롯데면세점의 점유율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이 며 면세점 영업익도 지난해 무려 전년비 99%가 감소하고, 지난 1분기에는 전년비 36%가 빠지는 등 성장세가 고꾸라졌다. 

무엇보다 면세점 문제 때문에 오너인 신동빈 회장이 고초를 겪고 있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검찰은 특허 입찰에서 떨어진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을 위해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고 70억원을 대가로 건넸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해 법정 구속시켰다.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사드 부지 제공으로 인한 불매운동을 호되게 당하며 이미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영업정지 조치로 피해를 당하던 롯데마트는 결국 중국 현지기업에 매장을 넘기며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정작 롯데마트 매장 매각 자체도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이 역시 중국 정부의 허가사항이어서 인수도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 4월 화북법인을 중국 북경지역 기반의 대형 로컬 유통사인 우마트에 매각하고, 이어 5월 화동법인을 리췬그룹에 매각하는 등 매각 작업을 가시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황이 점차 악화되다 보니 백화점도 철수에 대한 검토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내 5개 점포 중 매출이 부진한 톈진 2곳, 웨이하이점 등 3곳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다양한 대안 중의 하나로 매각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같은 상황에서 백화점도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부 점포 매각 건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여러 방안들 중 하나일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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