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시작’ 외교수장 만난 북한-이란…미국은 경계 태세

‘제재 시작’ 외교수장 만난 북한-이란…미국은 경계 태세

기사승인 2018-08-08 10:53:42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시작되자마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났다. 미국은 양국 외교수장의 만남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모양새다.

미국 AP통신 등 외신매체에 따르면 자리프 외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회담이 끝난 뒤 “양국 장관은 현재 상호관계에 만족하고 향후 우호를 증진하기를 희망했다”며 “중동과 국제사회의 최근 상황과 양국의 이해와 관련한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북한 측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외무부 발표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지만, 양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리 외무상의 이란 방문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경고한 경제·금융 제재가 복원된 첫날이다.

일정만 보면 리 외무상이 지난 3~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뒤 인접 국가인 이란에 방문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시점상 정치적 해석이 나오기 충분하다. 아랍권 뉴스채널 알자지라는 “양국은 미국의 제재 하에 있는 나라들”이라면서 “두 외교 수장의 이날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의 움직임은 미국에 ‘무언의 압박’을 주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양국이 비핵화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이란 접촉은 협상 카드로 활용 가능하다. 또한 북한이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으로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과시한 것과 같은 맥락일 수도 있다.

이란 입장에서는 리 외무상이 6·12 북미정상회담에 배석하는 등 대미외교의 수장인 만큼 북한에 전략적 조언을 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2차 원유수출제재가 시작되기 전에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과 이란의 만남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양국 모두에 강경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역사적으로 이란과 북한은 핵무기 운반 시스템인 탄도미사일에서 협력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북한의 2007년 시리아 원자로 건설을 예로 들며 “핵과 관련해서도 그들이 함께 일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가 느끼기에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북한”이라며 “우리는 이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결과를 낼 때까지 압박을 가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미국이 전쟁 직전의 대치까지 갔다가 극적인 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현재 이란도 미국과 전격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이란과 정상회담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이란은 자신들이 북한과 다르다면서 이를 일축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6일 “제재하면서 대화하자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미국이 핵합의를 복귀하고 대이란 제재를 철회해야 협상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미국은 핵개발 문제로 대립한 전례가 있는 북한과 이란이 정책 공조를 할 경우, 외교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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