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몸으로 독립운동했지만…옥고 3개월 못채워 독립유공자 탈락

만삭의 몸으로 독립운동했지만…옥고 3개월 못채워 독립유공자 탈락

기사승인 2018-08-11 12:58:22

일제 강점기 때 활동했던 여성 독립운동가가 임신한 채 고문을 견디고도 ‘옥고 3개월’이라는 독립유공자 조건을 채우지 못해 서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흥사단에 따르면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이자 서울 여자경찰서장을 지낸 고(故) 안맥결(1901∼1976) 여사의 유족이 낸 독립유공자 서훈 심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적심사위원회는 지난 2016년 안 여사 유족에게 보낸 심사 탈락 통지에서 “최소 3개월 이상의 옥고가 확인돼야 하는 공적심사 기준에 미달해 독립유공자로 포상할 수 없다”고 사유를 밝혔다.

안 여사는 3·1 운동에 참여하고 임시정부 선전원과 군자금을 모집하는 활동을 펼치다가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체포돼 1937년 6월28일부터 11월9일까지 종로경찰서에서 고문을 당했다. 이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돼 1개월여 만인 같은 해 12월20일 만삭이라는 이유로 가석방됐다.

안 여사의 유족은 13년째 보훈처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안 여사의 딸 멜라니아(75) 수녀는 “임신한 채 고문을 버티고 만삭이 돼 가석방됐는데,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수감 기간이 3개월 미만이라 자격 미달이라는 판단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흥사단은 공적심사 기준과 규정·매뉴얼을 확인하려 보훈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 거부를 통지받았다. 아울러 여성에 관한 별도 규정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 요청에 대해서도 “임신한 여성에게도 동일한 규정을 적용해 공훈 심사를 진행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흥사단 관계자는 “독립유공자를 포상하기 위한 공적심사 기준이나 세칙이 있다면 이를 공개해 논란을 줄이고 시민의 이해를 높여야 한다”며 “포상 내용이나 과정·절차도 국민 누구나 알기 쉽게 안내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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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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