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길이 멀지만 1경기 만으로 증명된 게 있다. 바로 황의조의 와일드카드 차출이 ‘인맥 축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 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6-0 대승을 거뒀다.
이날 한국은 ‘대량 득점-무실점’의 완벽한 경기로 강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입장에서 매우 기분 좋은 첫 걸음이다.
특별히 이날 경기에서 눈에 띄었던 건 황의조의 활약이다. 대회 전 ‘인맥 논란’에 휩싸였던 황의조는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물 오른 득점력을 보여줬다. ‘골 결정력 부재’ ‘변비 축구’ 등으로 비판받던 한국 대표팀 경기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시원한 골폭풍이었다.
황의조는 전반 17분 시동을 걸었다. 김문환의 패스를 받은 그는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전반 36분 추가골을 터뜨렸고, 7분 뒤엔 특유의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 실책을 낚아채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몸 상태를 확인한 김학범 감독은 후반 일찍이 황의조를 불러들였다.
황의조의 득점력은 사실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뛰고 있는 황의조는 차출될 당시 기준 정규리그 9골을 넣었다. 컵 대회까지 포함하면 14골이다. 특히 대표팀에 합류하기 직전 경기에선 후반 막판 천금 같은 선제골을 넣으며 해결사 면모를 과시했다. 황의조는 J리그 득점 5위에 올라 있었다. 황의조 위에는 브라질 용병 3명과 일본 간판 공격수 고로키 신조(10골) 뿐이었다.
김 감독과 황의조는 사제지간이다. 김 감독이 성남 FC를 이끌 당시 황의조는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했다. 황의조는 2015년 K리그 클래식에서 15골을 넣으며 득점 3위에 오르는 등 좋은 활약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연에 빗대 팬들은 황의조를 ‘인맥’으로 뽑았다고 비판했다. 황의조가 연세대 출신이기 때문에 축구협회의 학연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황의조는 재능으로 충만한 공격수였다.
김 감독은 6개월 남짓한 준비기간을 거쳐 본선을 치러야 했다. 사실상 소방수 역할을 맡은 상황에서 팀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많지 않았고, 선수 물색에도 충분히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즉시 전력으로 황의조는 손색이 없었다. 이미 과거 호흡을 맞춰봤기 때문에 황의조는 김 감독의 전술적 지시를 더할 나위 없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J리그 사례에서 보듯 황의조만큼 득점력이 올라온 한국인 공격수는 당장 찾기 힘들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전무후무한 한국인 공격수 손흥민이 병역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다.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뻔히 보이는 인맥축구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한 경기일 뿐이지만 황의조는 ‘플랜A’ 최적의 자원으로 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