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콩레이’가 한반도로 북상하면서 오는 7일까지 최대 500㎜의 물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10월 태풍’은 흔하지 않지만 지구 온난화 등의 이유로 향후 빈번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5일 “콩레이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북서쪽 27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5㎞로 북북서 방향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콩레이는 토요일인 6일 오전 6시 제주도 성산, 같은 정오 부산 부근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30일 태풍 ‘짜미’가 일본을 덮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태풍이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수온이 섭씨 26~27도인 따뜻한 바다에서 수증기를 공급받으면서 생성된다. 따라서 8월~9월 초 자주 발생하고, 9월 말부터 10월에는 수온이 하강으로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하지 않는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4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모두 349개였다. 매년 3.1개꼴로 태풍이 발생한 것이다. 해당 기간 10월 태풍은 콩레이를 포함해 10개에 불과하다. 10개 중 4개가 지난 2013년 이후 발생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10월 태풍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았다. 매년 온도가 오르면서 해수면과 수온이 동반 상승해 태풍이 가을에도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이유다. 기상청이 지난 8월 최근 20년간 한반도 전 해역의 7~9월 평균 수온 측정치 분석한 결과, 수온이 매년 0.14도씩 높아졌다. 특히 지난 2010~2018년 동안 0.34도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폭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여름 역대급 폭염도 짜미와 콩레이 북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5일 “콩레이가 폭염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폭염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태풍의 강도가 유지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수온이 9~10월까지 유지되면 가을 태풍의 에너지원을 형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을 태풍은 여름 태풍보다 더 많은 피해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북쪽 찬 기단과 따뜻한 태풍이 충돌해 강한 폭우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을 태풍은 유독 큰 피해를 일으켰다. 지난 2003년 9월 중순 발생한 태풍 ‘매미’는 인명피해 131명과 재산피해 4조2225억원을 남겼고, 지난 1959년 9월 중순 북상한 태풍 ‘사라’는 849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지난 2016년 10월5일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차바’는 6명이 숨지고 2150억원의 재산피해를 기록했다.
늦은 태풍은 우리나라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겨울 태풍’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대서양 연안 지역에 태풍으로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해수면 온도의 급격한 상승으로 태풍 지속 기간과 이동거리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기상학계는 계속되는 온난화 현상으로 태풍 시즌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유럽 등에 가을·겨울이 찾아와도 태풍 발원지가 여름과 다름없는 기상여건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를 찾아오는 10월 태풍의 빈도수가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가을 태풍 경계령을 내린 상태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4일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가을 태풍이 무서운 건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따뜻한 바다와 대륙의 차가워진 공기가 만나 많은 비와 함께 강력한 위력을 갖기 때문”이라며 “소형급 태풍이었지만 ‘차바’가 막대한 피해를 남긴 점을 감안해 가을 태풍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