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부인 라 폼므레 부인(세실 드 프랑스)은 연애 자유주의자인 아르시스 후작(에두아르 바에르)의 열렬한 구애에 넘어간다. 아르시스 후작은 온 파리에 바람둥이 난봉꾼으로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지만, 폼므레 부인은 그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결혼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르시스 후작은 곧 폼므레 부인과의 관계에 싫증을 내게 되고, 폼므레 부인은 후작에게 “나 또한 당신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며 좋은 친구를 자처한다.
아르시스 후작은 그에 크게 기뻐하며 “자신과 생각이 맞는 친구를 드디어 만났다”며 자신의 자유연애에 관해 폼므레 부인과 계속해 공유한다. 그러나 사실 폼므레 부인은 사랑했던 후작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오르고 있던 터. 후작에게 가장 멋진 복수가 무엇일지 고민하던 폼므레 부인은 종키에르 부인을 기억해낸다.
파리의 도박장이자 창관에서 딸인 마드모아젤 종키에르와 함께 일하는 종키에르 부인은 사생아로 태어나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인이다. 딸 또한 남자의 결혼사기에 당해 사생아로 태어나 파리에서는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 폼므레 부인은 종키에르 모녀와 함께 아르시스 후작에 대한 복수를 꾸미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자유연애주의자 아르시스 후작에게 가장 큰 복수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진실한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에 배반당하는 것이다.
‘마드모아젤’(감독 엠마누엘 무레, 원제 마드모아젤 종키에르)은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당시 방탕했던 귀족들의 사랑과 소문을 그렸다. 보답받지 못할 사랑에 매달린 나머지 복수를 꾸미는 폼므레 부인의 모습과 대조되는 방종한 아르시스 후작의 모습은 이미 익숙한 구도다. 아르시스 후작은 결혼을 빌미로 수많은 여인들의 마음을 빼앗은 후 ‘사로잡으면 그 때부터는 흥미가 없어진다’는 핑계를 대며 달아난다. 종키에르 부인 또한 결혼하자는 남자의 달콤한 말을 믿었다가 배신당한 여인으로, 폼므레 부인의 복수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영화는 종반부로 치달아가며 거짓말과 복수란 얼마나 덧없는지를 그린다. 또한 진실이란 흙탕물에 뒹군다 하더라도 언제나 대접받을 가치가 있는 것임을 내세운다. 폼므레 부인을 맡은 세실 드 프랑스는 영화 내내 사랑에 희롱당한 여인의 복잡한 감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계에서는 언제나 태연하고 빈틈없어야 하는 갭을 충실하게 연기해낸다. 마드모아젤 종키에르 역을 맡은 알리스 이사즈의 힘은 후반부에 극적으로 발휘된다. 다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너무나 순진한 점과 여인들에게 상처를 준 아르시스 후작에게 너무 다정한 세상은 요즘 말로 ‘고구마’에 가깝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