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야당은 ‘실패한 정책’이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모두 9차례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으나 별다른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의 자료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집값 상승률은 역대 최대치(2017~2018년 9월 기준, 12.58%)”라며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 보다 올랐다”며 비판했다.
같은당 박완수 의원도 “김현미 장관 취임 이후 정부가 정책을 스스로 뒤집은 게 9번”이라며 “오락가락하는 정책때문에 집값이 폭등했고 서민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힐난했다.
집값 폭등 원인이 문재인 정부 때문일까? 일면 그럴 수 있다. 실제 지표상으로 정부의 규제 의지와 달리 시장의 움직임은 역행하는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문 정부는 규제 일변도로 간다는 인식과 달리 시장에 흐름에 따라 점진적인 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보유세 도입도 지난해까지 관망하다가 집값이 점점 상승하자 적용하기 이르렀다. 이번에 도입한 종부세(종합부동산세)도 법인기업이 아닌 개인에게만 전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을 제외한 고가 다주택자 대상으로 한 방안은 실효성을 얻기 힘들다는 평가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말 그대로 자기가 뱉은 침을 그대로 삼켜야 할 것이다.
우선 참여정부 시절 집값이 고공행진하자 도입했던 ‘종부세’에 대해 당시 야당(자유한국당, 구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세금폭탄’이라고 공격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 들어선 뒤 종부세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말 세법 개정으로 과세기준금액이 높아지고 세율이 인하되는 등 규제가 추가 완화됐다.
서울 집값 상승도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5년 경기부양을 위해 ‘초이노믹스’를 발표하며 대대적인 부동산 시장을 완화했다. 실제 2015년부터 수도권 집값이 급격히 올랐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과 2014년은 서울·수도권에 비해 지방 집값 상승세가 컸다. 2013년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이 각각 1.41%, 1.12%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동안 지방은 1.65% 상승했다. 2014년에도 서울 1.13%, 수도권 1.47% 상승하는 동안 지방은 1.93% 상승했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시행한 2015년부터 상황은 급반전됐다. 서울 4.60%, 수도권 4.37% 오르는 동안 지방은 2.73% 오르는데 그쳤다. 2016년에도 서울 2.14%, 수도권 1.32% 오르는 동안 지방은 0.17% 오르기만 했다. 지난해에도 서울 3.64%, 수도권 2.36% 오르는 동안 지방은 0.68%만 올랐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아파트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증가속도가 아파트 1채 소유자 증가속도보다 7배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있는 자들’의 부동산 독식을 심화시킨 셈이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한 규제 완화 정책이 현재까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자유한국당의 공세는 ‘제 얼굴에 침 뱉기’와 하등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은 종부세 강화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물론 현재 정부·여당도 야당의 비판을 정쟁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실제 집값을 막으려고 했던 방안들이 시장에 큰 효과를 주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결국 현재 끝 모를 집값 상승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난 정부가 주었던 교훈들을 ‘복기’하고 분석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