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영화 ‘출국’은 논란을 떨쳐낼 수 있을까

[쿡리뷰] 영화 ‘출국’은 논란을 떨쳐낼 수 있을까

[쿡리뷰] 영화 ‘출국’은 논란을 떨쳐낼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8-11-10 00:01:00

화 ‘출국’(감독 노규엽)은 개봉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비의 일부를 지난 정부에서 지원받은 ‘화이트리스트’ 영화라는 의혹이다. 연출을 맡은 노규엽 감독은 지난 5일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직접 해명하며 “작품 자체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논란 속에서 베일을 벗은 ‘출국’은 예상보다 차분한 분위기의 영화다. 액션의 쾌감이 돋보이는 첩보물이 아닌 부성애가 강조된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 영화는 극적인 전개보다 건조한 설명으로 가족을 잃은 아버지 영민(이범수)의 행적을 따른다.

1980년대 베를린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오영민은 북한에서 그의 논문을 높게 평가한다는 말에 가족과 함께 북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영민은 월북 후 약속과 다르게 공작 교육을 받고, 공작원 활동을 강요당한다. 영민은 자신이 상상하던 것과 다른 삶을 살게 되자 탈출을 결심한다.

영민과 가족들은 공작을 위해 독일로 입국하던 중 코펜하겐 공항에서 망명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 공작원이 영민의 아내 은숙(박주미), 막내 딸 규원을 납치하고, 영민은 가족과 헤어진다.

베를린에 남은 영민은 첫째 딸 혜원(이현정)과 함께 가족을 찾으려 고군분투한다. 독일을 비롯한 각국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들은 영민의 가족 안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를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을 기회를 노린다.

영민은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이자 남한 안기부 요원인 무혁(연우진)의 도움을 받아 가족을 납치한 무리를 추적하며, 자신의 월북에 생각하지 못한 인물이 개입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영민은 키를 쥐고 있는 이 인물을 통해 가족을 되찾으려 적이 있는 벌판으로 향한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초점은 이범수가 연기하는 오영민에 맞춰져 있다. 이범수는 애틋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로 영화의 빈 곳을 메운다. 1980년대 베를린을 재현한 배경도 눈에 띈다. 폴란드에서 촬영을 진행한 제작진은 화면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아쉬운 점은 인물의 운용이다.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지만, 너무 단순하게 그려진 탓에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서사가 너무 단조롭게 이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대의 혼란에 휩쓸린 개인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혼란 또한 조명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의 원작은 실제 월북했다가 탈출하면서 아내, 딸과 헤어진 경제학자 오길남 박사가 쓴 ‘잃어버린 딸들 오혜원 규원’이다. 오 박사는 음악가 윤이상에게 월북을 권유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재구성하고 창작한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부수적인 논란을 지우려 노력했다.

오는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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