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에세이 작가로 변신했다. 2011년 첫 번째 에세이 ‘하정우, 느낌 있다’를 출간한 이후 7년 만이다. “5년 마다 책을 내려고 했는데 늦어졌다”는 하정우는 새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와 걷기가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걷는 사람, 하정우’는 하정우가 무명배우 시절부터 트리플 천만 배우로 불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걷기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서울을 누비며 걸어서 출근하고, 기쁠 때나 어려운 시절에나 골목과 한강 변을 걸으면서 스스로를 다잡은 기억을 생생하게 풀어놓았다. 자신만의 ‘걷기 노하우’와 ‘걷기 아지트’를 소개하는가 하면, 걸으며 느낀 몸과 마음의 변화를 설명하기도 했다.

27일 오후 4시 서울 양화로 한 카페에서 열린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는 “오늘 얼마나 걸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으로 시작했다. 책 소개에는 하정우가 하루 1만~3만보, 많게는 10만보까지도 걷는다고 적혀 있다.

하정우는 “오늘 촬영이 없었다”며 “오전 6시 반에 나가서 한남대교부터 반포대교, 잠수교를 건너서 돌아오는 코스가 1만보 정도다. 미세먼지가 많아서 마스크를 쓰고 1만보만 걷고 복귀했다”고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지난 7년 동안 하정우는 정신없이 달려왔다. 감독으로 영화 ‘롤러코스터’, ‘허삼관’을 연출했고, 배우로 ‘암살’, ‘아가씨’, ‘신과 함께 1, 2’, ‘1987’, ‘PMC: 더 벙커’ 등을 쉬지 않고 찍었다. 지난해 말 ‘PMC: 더 벙커’ 촬영이 끝난 후 두 번째 책을 쓸 여유가 생겼다. 직접 출판사에 연락해서 새 책의 콘셉트를 잡고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해 이번 달 마지막 교정까지 완료했다. 하정우는 “7년 동안 일하면서 나에게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하면 휴식을 잘 취할 수 있을까’였다”라며 “걷기에 깊이 빠져들었고 이 책까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하정우는 “책을 썼다고 작가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것보다는 책을 쓰는 과정과 독자들과의 소통, 꾸준히 책을 내는 것이 본인에게 갖는 의미 등이 훨씬 중요했다. 하정우는 “새로운 것에 더 도전하겠다는 생각은 없다”라며 “난 배우고, 배우로서 올곧이 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하정우는 새 책에 담은 메시지를 설명했다. 하정우는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자신하진 않는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면 모두가 다 원하던 것들에 가까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출간된 하정우의 새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는 27일 4쇄에 들어가는 등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