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주, 너마저” 일반인 예능, 재점화된 진정성 논란

“오영주, 너마저” 일반인 예능, 재점화된 진정성 논란

“오영주, 너마저” 일반인 예능, 재점화된 진정성 논란

기사승인 2018-12-01 07:00:00

“알고도 또 속았다”

채널A ‘하트시그널2’ 출연자 오영주의 퇴사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방송 데뷔 의혹을 여러 번 부인했던 그가 결국 방송의 길을 걷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이제 TV에 나오는 일반인 출연자는 믿지 않겠다”며 날을 세웠다. 오영주의 방송인 데뷔가 앞으로 있을 일반인 예능 출연자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영주가 인기를 얻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그가 가진 진정성이었다.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하며, 다른 출연자들을 지나치게 시샘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는 억지스러운 러브라인을 완성하려 하기보다 남녀 상관없이 고루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줘 남녀를 막론한 폭넓은 지지층을 얻었다. 커플이 되지 못한 오영주가 커플이 된 출연자들보다 더 큰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다.

오영주의 진정성은 직업적 배경에서 나왔다. 일반인 회사원으로 등장한 오영주는 홍보나 데뷔에 목적을 두지 않은 인물로 비쳐졌다. 함께 출연한 송다은, 임현주, 김장미는 각각 배우 지망생과 쇼핑몰 모델, 패션업계 CEO로 본인을 소개했다. 남성 출연자 역시 이규빈을 제외하고는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개인 병원을 가지고 있었다.

방송 종영 후에도 오영주의 인기는 이어졌다. 개인 SNS 팔로우 수는 56만 명을 넘어섰다. SNS에 올린 글은 기사화됐다. 여느 연예인보다 더 자주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각종 화보와 광고 촬영에도 등장했다.

하지만 “방송 데뷔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아직은 아니”라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7월 “오영주가 유튜버 데뷔를 준비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는 “사실과 다르다. 저는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는 글을 SNS에 올려 의혹을 일축시켰다.

지난달 23일 오영주는 결국 퇴사 소식을 전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때, 좀 더 제 꿈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자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또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려고 하니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는 본인의 이름을 건 tvN 디지털 숏 예능 ‘오영주의 개복치 보호소’를 시작으로 방송인의 길을 걸을 예정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인이 데뷔 의혹을 받는 것이 오영주 만의 일은 아니다. 일반인 출연 예능 프로그램이 제작될 때마다 비슷한 의혹이 반복됐다. 일반인 출연자의 진정성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한 프로그램도 있다.

2012년 SBS 예능 프로그램 ‘짝’은 홍보를 목적으로 출연한 일반인과 법정 분쟁을 벌였다. 요리사 외길 인생을 걸었다고 본인을 소개한 ‘짝’ 33기의 여자 3호는 쇼핑몰 모델로 활동 중인 사실과 과거 성인 방송에 출연했던 이력이 공개돼 구설에 올랐다. 당시 ‘짝’ 제작진은 “2부 방송을 불방시킨 여자 3호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tvN 예능 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는 억지스러운 연출과 설득력 없는 해명으로 물의를 빚었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일을 엄마의 수발을 받으며 생활해왔다고 주장한 한 출연자는 개인 블로그에 혼자 여행을 다니는 사진을 게재해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해당 출연자는 개인 쇼핑몰 운영자였다. 하지만 제작진은 출연자가 부모로부터 독립했다는 후속 방송을 내보냈고, “출연자의 직업보다 성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어설픈 해명을 내놓았다. ‘짝’과 ‘화성인 바이러스’는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일반인 출연자의 진정성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이끈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종영한 tvN 예능 프로그램 ‘선다방’ 시즌1에 출연했던 총 70명의 일반인은 연예인만큼의 관심을 끌지도, 연예인 데뷔 의심을 받지도 않았다. 출연자들의 진정성 있는 모습은 “실제 선을 지켜보는 것 같다” “설레고 공감된다”는 호평을 받았다.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선다방’은 지난 10월부터 시즌2를 방송 중이다.

‘선다방’의 연출을 맡은 최성윤 PD는 지난 3월 제작발표회에서 “일반인이 출연하는 많은 연애 프로그램에 선남선녀와 고스펙자들만 나오는 것이 의문이었다”며 “방송지망생이나 홍보를 목적으로 한 출연을 철저히 배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출연자가 원하지 않으면 두 사람의 관계 진전에 대해서도 더 캐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은 계속해서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KBS2 ‘댄싱하이’, tvN ’선다방2‘ 등 일반인 출연 예능프로그램이 방송 중이고 Mnet ’썸바디’ ‘슈퍼인턴’, 채널A ‘인턴‘ 등이 방송을 앞두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철저한 사전 검증을 거친 진정성 있는 일반인들이 프로그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되새겨야 할 때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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