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학종시대에요,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라 대학이 달라진다고요!”
자녀 예서(김혜윤)를 서울 의대에 합격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부모 한서진(염정아)은 ‘지금은 학종시대’라며 목 놓아 외친다. ‘학종시대’는 대학 입시에서 수능보다 학생부에 중점을 두는 학생부종합전형 시대를 이르는 말이다.
드라마 ‘SKY캐슬’에 대한 높은 관심이 등장인물 간 갈등 유발 소재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청자는 실제로 대학 입시 환경이 과도한 경쟁, 부정‧비리로 얼룩졌을까 염려한다. 이에 교육학계, 학부모 단체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답했다. 일부 사례가 있을 순 있지만 극적인 요소를 위해 과장됐다는 것.
성문고 황우원 교사는 실제 학종이 드라마만큼 입시경쟁을 과열시키는지 묻는 질문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풍토라고 말해선 안 될 것”이라며 “그런 사례가 밝혀지면 엄정히 처벌해야 하지만 일반화시킬 순 없다”고 답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태훈 정책부위원장도 “과장된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0.01% 등 극히 일부 사례일 것”이라며 무시할 순 없지만 현실에 팽배해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중부대 교육학과 안선회 교수도 일부 계층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정지었다.
하지만 학종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황 교사는 “언론에서 다뤄지는 학종 관련한 부정과 비리는 특수한 경우”라며 “보완‧개선해야 할 부분은 있지만 일부 문제 때문에 전체를 뜯어고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그는 “학종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게 돕는 동력”이라며 학종폐지‧수능확대는 과거로 회귀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안 교수는 “정량평가가 아닌 주관적인 정성평가이기 때문에 불공정성, 불투명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를 이용해 사교육과 부모의 개입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기 초부터 좋은 성적을 낸 일부 학생에게만 좋은 평가를 몰아줄 수도 있다는 것.
이에 김 부위원장은 “모든 교사의 질적인 면을 담보할 순 없다”면서도 “요즘은 ‘김영란법’ 때문에 커피 하나도 받지 못한다. 교권도 많이 추락해 교사로서는 그나마 평가를 통해 최소한의 교권을 유지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에서는 정시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는 하지만,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하는 것보다는 누적돼서 평가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학생부종합전형에 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교육부는 지난해 ‘2022년 대입개편안 학종 공정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학교 내 정규교육과정 활동 중심 학생부 기재, 대입에 제공되는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기재 개수 제한, 소논문(R&E) 기재 금지, 평가기준 공개 강화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이같은 개편안에 황 교사는 경기도 내 375명의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에 대한 공정성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의 3.93점으로 응답자 대부분이 공정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황 교수는 “학부모님들은 자기 아이에게만 관심을 가지지만 교사는 특정 학생만 볼 순 없다. 학부모 말만 듣지 말고 대학 관계자의 목소리, 고교 교사 목소리를 경청하며 교육안을 만들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 교수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는다”면서 학종 폐지와 정시 확대를 주장했다. 그는 “학종을 폐지해도 수능에 논술형 평가를 넣는 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 부위원장은 “자기소개, 수상실적 등 아직 남아 있는 비교과 요소를 좀 더 과감하게 삭제할 필요가 있다. 내신관리를 더욱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며 교육당국의 미래지향적 중장기적인 평가 검증시스템과 전형적인 방안 마련을 당부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