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노부(老父) 죽여 시신 훼손한 장애아들…존속살해 무죄

파킨슨병 노부(老父) 죽여 시신 훼손한 장애아들…존속살해 무죄

기사승인 2019-02-11 18:30:52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혼자 돌보던 중 아버지를 죽이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애아들이 항소심에서도 존속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병든 아버지 보호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됐다.

부산고법 창원제1형사부(재판장 손지호 부장판사)는 11일 존속살해‧사체손괴‧사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A(43‧지적장애 3급)씨에 대해 과실치사(예비적 공소사실)‧사체손괴‧사체유기 혐의를 인정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6월을 선고했다.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도 존속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A씨와 검찰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A씨는 지난해 2월9일 진주시내 자신의 집에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아버지를 살해하고 잔혹하게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아버지 시신을 경남 사천과 삼천포, 부산 영도 태종대 바다에 유기했다.

A씨는 재판 내내 ‘아버지 목에 낀 가래를 물티슈로 제거하려다가 숨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지적장애 3급에 사회적 나이는 12~16세 정도인 점은 인정했지만, 범행 당시 사물 변별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따졌다.

검찰은 아버지 사망 후 A씨가 단시간에 사체를 훼손할 도구를 구입한 점, 아버지를 병원으로 옮기는 등 일반적인 구호조처를 하지 않은 점, A씨가 범행 전 병간호가 힘들다는 취지의 발언을 주변에 한 점 등을 토대로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병간호 피로를 호소했지만, 노부를 9년간 간호하면서 느낄 수 있는 통상의 불만이라고 봤다.

또 아버지 사망으로 A씨가 얻게 될 금전적 이익이 크지 않고, 아버지가 사망하면 각종 급여도 지급받을 수 없게 되는 점 등으로 미뤄 금전적 이익이 범행동기 중 하나라는 검찰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119에 구조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부족한 판단능력, 과실치사 등에 따른 두려움으로 최선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는 일관된 진술에 비춰 최소한의 조치는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A씨가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채 물티슈를 잡은 손을 아버지 목 안쪽에 넣어 호흡이 곤란하게 됐는데도 제대로 살피지 못해 기도가 막히게 한 과실로 질식사했다”며 존속살해 혐의가 아닌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이어 “자신의 과실로 아버지가 숨지자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사건으로, 피해자가 아버지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도덕관념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것이어서 그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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