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폭력사건으로 신음하고 있다. 해마다 수백건의 폭행신고가 들어오고 간호사와 의사들, 심지어 응급구조사와 직원들까지 피를 흘리고 상처를 치유해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엄벌을 내리겠다는 경찰의 엄포도 별 소용이 없는 듯 올해에만 벌써 5~6건의 사건이 외부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가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의 모든 대화채널을 닫은 대한의사협회를 제외한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참여한 ‘안전진료TF’는 22일 오전 7차 회의를 갖고 대략적인 계획을 확정했다. 이들은 ‘병원이 안전하면 환자도 의사도 웃을 수 있다’는 대전제 아래 지난 20일 있었던 관계부처 논의내용을 포함해 향후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들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주로 다뤄진 내용은 ▲안전진료 환경구축을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 ▲의료기관 내 폭력행위에 대한 실태 및 대응 등에 관한 설문 ▲대국민 캠페인의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 ▲관련법 개정사항 ▲안전수가 신설을 위한 방안 등이었다.
현장의 실태와 대응방식을 확인해 개선해야할 점들을 파악하고,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모두가 알아야할 상식과 예절 등을 분명히 해 이를 알리려는 노력을 할 때 ‘병원이 안전해야 안정적이고 원활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고, 환자가 만족할 수 있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그 방식들을 선행적으로 논의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병원협회나 신경과학회의 도움을 얻어 가이드라인을 3월 5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확정하고, 설문의 완성도를 높여 실태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공익광고 등 대국민 홍보강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조를 얻기로 협의했으며, 경찰청과 의료기관 내 위해사건에 대한 신속대처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찰 또한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오신고가 99%를 차지하며 경찰력 낭비가 심각한 만큼 의료기관에서의 오신고 방지를 위한 방안도 강구해줄 것을 당부해 병원협회 등에게 전달한 상황”이라며 “이들을 포함해 안전한 진료환경 및 문화정착을 위한 대책을 3월 중에는 마련해 발표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답했다.
다만, 가칭 안전관리료 등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건강보험 수가에 대한 논의는 좀 더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수가를 신설하거나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기초자료와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해 시일이 소요되지만, 4월로 넘기는 것은 적절한 시기를 놓칠 수 있는 만큼 빠르게 논의를 마무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일 정부와의 대화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번 7차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정부와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더 이상의 어떠한 대화도 생산적이지 못하다”면서 “안전한 진료환경은 무엇보다 의료계가 바라는 일이지만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 한 참여할 수 없다”고 완고한 입장을 견지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