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갖고 싶은 난임 부부의 바람이 현실이란 장벽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이들의 어려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4일 동아일보는 난임 여성들이 ‘주사난민’으로 떠도는 사정을 조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에 앞서 4~8주가량 배와 엉덩이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 배에 맞는 주사는 배란을 유도하기 위한 과배란유도제로 정해진 시간에 스스로 주사를 놔야 한다.
당장 손가락 한마디 길이의 주사바늘을 자신의 배에 찔러 넣는 것도 고통이지만 직장생활 등 외부활동 중 마땅히 주사를 맞을 공간이 없어 화장실에서 주사를 맞아야하는 경우가 허다해 정신적 스트레스나 감염 등의 우려가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수정란의 착상을 돕기 위해 엉덩이에 맞는 포로게스테론 주사다. 혼자 투약을 하기가 어려울뿐더러 주사를 맞으면 엉덩이가 딱딱하게 굳는 심한 고통이 따르고 하반신 마비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의료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주위 동네병원은 투약을 거부하기 일쑤고, 전문병원은 찾기도 힘들어 떠돌이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난임 특화 의료기관으로 등록된 곳은 전국에 370곳 정도다. 이 중 20%가량인 70여 기관이 서울시에 위치해있고, 절반이 조금 안 되는 29곳이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등 5개 구에 몰려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난임 여성들은 규칙적인 투약을 위해 동네 산부인과 등을 찾지만, 투약을 꺼리는 경우들이 많다. 신체적으로 예민한 상태인 난임 여성에게 진료기록도 없이 의사 본인이 처방하지도 않은 주사제를 투약하기가 꺼려지는데다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의약품 부작용 등의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명확해 주사를 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난임 여성들은 접근성이 좋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를 맞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들을 하고 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달 중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성동구보건소는 자체적으로 지역 내 난임 주사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등 자치구 차원에서도 문제핵결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송문금 출산정책과장은 “보건소나 보조생식술학회 등 현장 의료인 등과 만나 현장의 어려움이나 의견을 청취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난임지원사업을 2006년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하며 평가를 해왔지만, 사업 전체에 대한 연구는 진행된 바 없었다”면서 “올해에는 처방하지 않은 주사제의 책임문제를 비롯해 난임지원의 횟수나 연령제한, 그 외 난임부부가 갖는 어려움이나 의학적 문제, 임상현장의 요구 등을 세심히 살펴볼 수 있는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2017년 난임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범위 제한을 폐지하고 금액에 관계없이 본인부담의 9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체외수정 및 인공수정 시술에 필요한 유산방지제, 착상유도제 처방, 배아동결 및 보관 등도 횟수에 따라 회당 최대 50만원까지 보존해준다.
반면 시술과 상담을 제외한 지원은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저출산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산부인과 등 출산관련 의료기관의 폐업 등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계는 자녀를 낳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제도부터 제대로 갖춰 나가야한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