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LCK, 올해는 국제무대 설욕을

기사승인 2019-03-27 15:49:19

뜨거운 열기 속에 ‘2019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플레이오프 진출 팀이 확정됐다. ‘어나더 레벨’ 그리핀, ‘드림팀’ SKT T1 등 압도적인 경기력과 쉽게 꺾이지 않는 저력을 보여준 LCK 팀들은 지난해 국제무대의 악몽을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LCK 프로팀들은 국제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SKT는 롤드컵에 나가지도 못했으며, 아프리카 프릭스와 KT 롤스터는 8강에 만족해야 했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중국에게 우승컵을 넘겨줬다.

위기를 느낀 LCK 팀들은 지난해 스토브리그를 통해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SKT는 ‘페이커’ 이상혁을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교체했으며 킹존 드래곤X, 젠지 e스포츠 등 상위권 팀들도 새로운 선수를 대거 수혈했다.

리빌딩을 마친 팀들은 ‘2018 KeSPA컵’에서 첫 시험대에 올랐다. 새롭게 짠 롤스터를 선보이고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변화를 시도했다. 국제무대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 안정적 운영 중심의 이른바 ‘늪롤’을 벗어나고자 노력했고 공격적인 챔피언들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LCK는 아직 약하다”였다. 공격적인 챔피언을 활용해도 결국 운영 위주의 성향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리빌딩 후 미처 팀워크를 맞추지 못한 것을 감안해도 허술한 모습이 드러났다. 한화생명은 아마추어팀 KeG 서울에게 패배했으며 드림팀을 구성했다고 평가받은 SKT는 2부 리그에서 막 올라온 담원 게이밍에게 졌다.

오히려 신생팀들이 빛을 발했다. LCK로 승격한지 1년도 안된 그리핀은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갓 승격한 담원 게이밍은 강팀들을 제치고 4위를 차지했다. 공통점은 교전에 강하고 팀 구성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핀의 기세는 올해 LCK 스프링 시즌까지 이어졌다. 1라운드 전승으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어나더 레벨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팀원들은 각각 포지션 최고의 KDA(킬‧데스‧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매 경기 ‘구원 올리프’, ‘오른 서포터’ ‘정글 이블린’과 같은 개성 있는 픽을 선보였고 ‘싸움을 잘하는 팀’이라는 인식을 관중들에게 못 박았다.

담원 게이밍은 1라운드에서 4연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기존 강팀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KeSPA컵에서 부진했던 샌드박스 게이밍도 예상을 깨고 1라운드 9경기 중 2패만을 허용, SKT와 2위 경합을 벌이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기존 강팀들은 1라운드에서 KeSPA컵보다도 부진했다. 젠지(전 삼성 갤럭시)와 KT는 2승에 만족해야 했고 아프리카는 3승에 그쳐 졸지에 승강전 경쟁을 하는 세 팀이 됐다.

하지만 2라운드에 들어 LCK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팀워크를 맞춘 팀들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매 패치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선보였다. 킹존은 2라운드 지난 23일 기준 7경기 중 1패만을 허용하며 리그 3위에 올랐다. 부진했던 젠지와 아프리카는 9.5 패치 후 1위 그리핀을 잡아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허를 찔린 그리핀은 21일 한화생명을 상대로 다시 실력을 입증했다.

이제 2라운드도 서서히 끝이 보인다. 사실상 그리핀, SKT, 킹존, 샌드박스, 담원이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승강전 후보로는 진에어가 유력하고 뒤늦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젠지, 아프리카, KT는 승강전 탈출을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지만 국제무대에서의 설욕 가능성은 단언하기 어렵다. 지난 20일 ESPN 파워 랭킹에 따르면 현재 상위 10위 팀 중 5개가 중국 팀이다. 지난 12일까지 1위였던 그리핀은 5위로 떨어졌고 SKT는 3위다. 또한 ‘쿠로’ 이서행, 코어장전 ‘조용인’ 등 지난해 스토브리그를 통해 해외로 이적한 실력파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롤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낸 북미, 유럽 팀들도 견제 대상이다.

LCK는 흥행 중이지만 각 팀의 상대적 역량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그리핀의 등의 선전은 지난해와 같은 구성에 보다 완벽을 기한 결과로 볼 수 있고 환골탈태를 꾀한 팀들은 온전히 손발을 맞추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오는 5월 1일 맞이하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은 첫 시험대가 된다. 지금의 치열함이 수준 향상 입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LCK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있다. LCK 스프링에서 유연하게 메타 변화에 대처하고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우리 팀들이 다시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문창완 기자 lunacy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