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감독 취직(?)시킨 '페르소나'... "안 된다는 마인드로는 업자 될 뿐"

4명의 감독 취직(?)시킨 '페르소나'... "안 된다는 마인드로는 업자 될 뿐"

4명의 감독 취직(?)시킨 '페르소나'... "안 된다는 마인드로는 업자 될 뿐"

기사승인 2019-03-27 11:59:30

대체적으로 한 편의 영화가 나오는 데에는 3여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것도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120여분의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기약이 없기 마련이고, 영화감독들은 그 시간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백수’가 된다. 그 동안 잠시 찍는 단편 영화들은 분명 돈 들여 찍는 콘텐츠지만 ‘습작’이라는 미명 하에 유튜브 등지에서 맥 없이 풀려나기 일쑤다. 그래서일까. 전고운 감독은 ‘페르소나’를 ‘구직활동’이라고 표현했다. ‘소공녀’를 찍은 후 긴 휴지기에 들어갔어야 할 그가 단편 영화 모음인 ‘페르소나’를 통해 감독으로 ‘취직’한 것이다.

‘페르소나’는 4명의 감독이 가수이자 배우 이지은(활동명 아이유)을 두고 만들어낸 4개의 감성 단편 모음이다.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영화계에서도 뛰어난 감성으로 이름난 4명의 감독은 이지은을 두고 4가지 모습을 표현한다. 27일 서울 국제금융로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페르소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지은은 “이런 제안이 제게 온 게 신기했고, 네 분의 감독님들 영화를 모두 좋아해서 더 좋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네 가지 캐릭터를 저의 안에서 찾아낸 네 분의 감독님들의 시선이 있다”고 ‘페르소나’를 표현한 이지은은 “단기간에 네 가지 인물을 만들어야 하는 도전이었던 만큼 제게도 인상깊은 작품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페르소나’의 기획을 만든 것은 다름아닌 가수 윤종신이다. 음반제작자가 단편 영화 제작자로 나서다니. 뜬금없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의 설명을 빌리자면 맥락은 같다. 자리에 함께한 윤종신은 “노래는 이야기이며, 영화도 광고도 다 이야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유튜브에서 임필성 감독님의 단편을 보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고 시간이 훌쩍 갔다”고 말한 윤종신은 “그래서 왜 이런걸 유튜브에 놔두시냐고 감독님을 만나서 물었더니, 단편은 그저 습작이나 실험처럼 하는 거라고 말씀하셔서 안타까웠다. 많은 분들이 볼 기회가 있다면 다들 좋아할 것 같았고, 장편보다 단편에서 감독님들의 창의력이 훨씬 돋보인다고 생각했다”고 제작 계기를 밝혔다. 

단편 기획을 발전시켜나가던 와중, 여러 감독이 한 배우를 두고 작업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거기서 이지은의 이름이 거론됐다. 윤종신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진행돼 이지은 양이 캐스팅됐고, 이후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페르소나’의 미덕은 길지 않다는 것이다. 윤종신은 “감독님들이 아무래도 장편은 제작 단계가 길다 보니 몇 년에 한 번씩 작품을 하게 된다”며 “아이디어는 많지만 정작 관객에게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제작 과정을 짧게 잡고, 회차수를 적게 잡더라도 컴팩트하게 좋은 기획을 만들어 보자 하고 나온 것이 ‘페르소나’”라고 강조했다.

감독들 또한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임필성 감독은 “창작의 완전한 자유를 주셨다는 점이 기존 제작방식이랑 달랐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투자자와 배급사 눈치를 봐야 하는 상업 장편 영화와 달리 제약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고운 감독 또한 “지난해 ‘소공녀’를 개봉시킨 후 긴 휴지기로 들어갈 뻔 했는데, 여기 계신 분들이 구직활동을 도와주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프로젝트가 신선하기도 했고 동료 감독들은 모두 좋아하는 분들이었다”면서도 “이지은이라는 배우 자체가 감독에게는 어떤 보상과 같았는데, 고민을 좀 오래 했다”고 말했다. 좋은 프로젝트인 만큼 부담이 컸다는 것. 하지만 임필성 감독의 장문의 문자 메시지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전고운 감독은 “내가 마지막으로 합류했는데, 이지은 배우는 사실 감독 합류 전에 하겠다고 먼저 확언한 상황이라 부담이 컸을 것이다. 대본도 없고 시놉시스도 없고, 나는 검증도 안 된 신인 감독 아닌가”라며 “막상 작업에 들어가니 제약이 없어서 이상할 정도였고, 동시에 이지은에 대해 ‘정말 용감한 사람이구나’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종관 감독은 “단편영화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볼 흔치 않은 기회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제공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느꼈다”며 “또 이지은 배우라는 사람에게 호기심이 있었는데, 그의 다채로운 매력들을 짜집기해서 다른 감독들과 협업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이경미 감독은 차기작 일정 때문에 합류하지 않았으나, 배우인 이지은이 나섰다. 그는 이경미 감독의 ‘러브 세트’에 관해 “제게 거의 없는 모습 중 하나가 분노를 터트리는 모습인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적인 연기가 정말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현장에서 이경미 감독님이 제가 감정을 잘 터트릴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주셨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기획자인 윤종신은 아직 작품이 공개되지 않았는데도 차기작을 확신했다. “아마 시리즈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윤종신은 “투자자 분들 보고 계시냐”며 웃음을 더했다. 콘텐츠가 질적으로 높고, 흥미를 유도할 부분이 많다는 것.  “제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6-7년째 운영하고, 다른 가수의 앨범을 기획하는 일을 20년째 하면서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다. ‘사람들이 이걸 좋아할까?’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그는 “그런데 어느 순간 거기에 답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난 이걸 좋아하는데, 남들도 좋아하게 만들어볼까?’가 내 주된 화두가 됐다. ‘이건 안 된다’는 마인드로 가능성을 제거하다 보면 그저 콘텐츠 업자가 될 뿐”이라고 단언했다.

‘페르소나’는 다음달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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