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은 기능적으로 치료나 의료적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곳이다. 일반 의료기관을 급성기 요양기관이라고 할 때 요양병원을 ‘아급성기’라고 분류하며 중·장기적 치료회복을 주 목적으로 한다.
문제는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에서 많은 수의 환자가 사망한 이유와 같이 많은 수의 요양병원들이 환자를 침대에 결박하거나 수면제를 주사해 강제로 잠을 재우는 등의 처치가 흔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요양병원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명한다. 지금의 일당정액수가로는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충분한 인력을 유지할 수 없고, 지금의 부족한 서비스만을 제공하는데도 벅차다는 설명이다. 그마저도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요양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이어 ‘간병비의 급여화’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지난 26일, 대한요양병원협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도 “간병비를 건강보험이든 장기요양보험이든 정부가 일정부분 책임을 진다면 환자보호자의 부담도 줄고 요양병원의 해묵은 문제들도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며 해법처럼 제시됐다.
이윤환 요양병원협회 기획위원장은 “요양병원에서의 간병제도화는 노인인권보장과 간병서비스 질향상을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이라며 “30년전 일본과 지금의 우리가 다르지 않다. 간병의 제도화와 넉넉한 보험수가가 간병사 1인당 2명의 환자를 보는 노인들의 천국을 만들었다. 더 이상 1대 20의 싸게 받는 박리다매 구조는 벗어나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국립한경대학교 법학과 교수(사진)는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의 필요성’이란 연구를 발표하며 “급속한 고령화와 가족·사회구조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 요양병원 운영과 이용과정에서 나타나는 간병과 관련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양병원 간병서비스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도권 밖에서 전적으로 환자보호자가 간병비를 부담해야해 보편적으로 다수의 환자가 공동간병인을 고용하는 형태로 돌봄이 이뤄지고 있어 충분하고 적절한 돌봄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만큼 급여화를 통해 요양병원 내 간병을 제도권으로 들여 서비스 질과 적정인력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편해야한다는 설명이다.
필요에 따라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의 기능 재정립을 바탕으로 현행 급성기 의료기관에서 확대·도입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요양병원 모델을 개발, 이를 통한 간병비 부담완화 및 간병 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정부는 일련의 주장과 요구에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간병비 급여화 방안에 앞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이 혼재돼있고, 사회적 입원 등의 문제가 만연한 만큼 이를 우선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이동우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최근 요양병원의 폭발적 증가세 속에 의료기관보다는 장기입원 등 요양시설의 역할에 치중한 왜곡된 현실을 극복하고자, 아급성기 의료기관으로서의 기능정립을 목표로 요양병원 수가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7분류로 나눈 환자를 보다 세밀하게 검토해 사회적 입원을 최소화하고 적정서비스, 적정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10년간 변화가 없었던 일당정액수가를 현실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환자가 1년 동안 입원했는데 의무기록조차 작성하지 않는 요양병원이 수두룩하다”면서 수가개편과 함께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규제강화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면에는 ‘돈’의 문제가 걸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25만명이다. 요양병원 병상만 27만개다. 적절한 요양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요양보호사는 10만명에 달한다. 공적보험체계에서 감당해야할 재정은 1달에 1800억원, 1년이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본인부담차등 등 대안도 있다지만 적지 않은 금액”이라며 도입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에 이필순 전 요양병원협회장은 “가격이 중요하다. 하지만 옷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입어봐야 알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간병의 필요성과 급여화의 당위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분위기”라며 “예산과 방법론의 문제인 만큼 정부의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협회 차원에서도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