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해 정형외과가 몰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정형외과학회(이하 정형외과학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의뢰로 진행한 ‘정형외과 의료현황 분석 및 수가방안 제안에 관한 연구’ 결과보고서에서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이 지금의 ‘선 급여화, 후 보전’ 형태로 진행질 경우 존폐를 염려해야할 심각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학회는 갈렙ABC 조사를 바탕으로 정형외과 수가별 손익통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수가가 투입된 자원의 원가보전율에 60%대에 그쳤다. 통상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등이 의료행위의 평균 원가보전율이 70~80% 수준이라고 보고 있는 것보다 10% 이상 부족한 수준이다.
여기에 의료기관 종별로 나눠 수가보전율을 분석한 결과 원가 보전의 손실분을 비급여를 통해 보상하는 체계가 확인된 만큼 기존 비급여 관행수가 수준의 합리적인 적정수가보상이 급여화 정책과 함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형외과 또한 외과계 몰락의 길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정형외과의사회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보고서를 보면 병원급 정형외과 의료기관에서의 수술손익률은 마이너스(-) 52%에 달했다. 재정적 손해를 보존하던 비급여 수익까지 적정수가보상 없이 급여화될 경우 정형외과는 가장 큰 타격을 받고 몰락할 것”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성토했다.
특히 이태연 회장은 “학회는 수술수가를 다양화해 인상하는 방안을 이야기하지만, 개원가 입장에서는 수술수가 다양화도 지지하지만 외과계 진찰료 인상을 올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진료수가의 현실화, 수술 수가의 정상화가 이뤄져야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외과의 경우 진찰 후 X-레이를 찍고 다시 진찰, 문진, 촉진 등 신체적 문제를 파악한다. 처치 후에도 다시 X-레이를 찍고 진료를 통해 문제가 없는지를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 투입되는 노력과 시간만큼 합당한 수가가 책정돼야한다”면서 “의사회는 향후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정당한 수가를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형외과의사회는 이날 의료기관의 실손의료보험 청구대행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회장은 “실손보험사는 공공성보다 이익을 우선하는 민간회사로 이들의 행정편의를 위해 계약 당사자도 아닌 제3자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이 업무를 대행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현재 일반국민에겐 청구를 더 간편히 하고 절차 때문에 청구하지 못했던 보험료를 잘 청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좀 더 면밀히 보면 치료 잘 받겠다고 비용(보험료)을 내고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분명히 생긴다. 결코 의료소비자들에게도 타격이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제오 기획부회장도 “지금 논의되는 실손보험의 청구대행은 소비자와 의료기관 모두에게 긍정적인 방향이 아니다. 당장 의료기관은 생기는 것도 없이 청구대행을 위해 추가적인 인력과 행정적 부담이 발생하고, 제대로 청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손해배상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환자 입장에서도 “청구부터 보험금 수령까지 지금보다 3배 이상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고도 여러 이유로 보험금이 삭감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 수 있고, 개인의 의료정보를 확보한 보험사의 추가보험 가입거절이나 보험금 지급거절이 이어질 것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면서 “청구대행 문제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처음부터 다시 검토돼야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