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發 건강보험료 전쟁, 촉발되나

문재인 케어發 건강보험료 전쟁, 촉발되나

체감 보장성 여전히 낮은데다 환자쏠림 심해… 납부저항 우려감 팽배

기사승인 2019-04-05 01:00:00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해 국민이 매달 부담해야하는 건강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데다 납부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오는 6월 정부와 국민 간의 건강보험료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차근히 진행되고 있다. 이미 2·3인실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가 사라졌다. 그간 비급여 항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해 재정부담을 이유로 미뤄진 MRI, 초음파도 단계적으로 급여화가 이뤄지고 있다. 기타 의학적 필요가 인정된 비급여 항목이 알게 모르게 건강보험체계로 들어와 환자 부담이 줄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서진수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내년 MRI 중 큰 비중의 척추·근골격계 급여화가 예정돼있다.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재정충원 방식은 보험료 인상과 국고보존 밖에 없는데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도 올해는 노동조합 중심으로 그렇게 해줄 수 없다고 하고, 국고지원도 확대는커녕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노동계는 대통령 직속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건강보험TF 2차 회의에서 “보장성 확대관련 국민 인식도 조사결과 보장성 강화에는 찬성하지만 추가 부담에는 부정적이었다”며 보험료율 인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8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국민들은 2015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 62.8%보다 높은 수준의 보장률을 원하면서도, 63.7%의 국민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찬성하지만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더구나 박은철 연세대학교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장은 2018년에 복지부가 3조2000억원을 보장성강화에 사용할 것이라고 추계하고 보장성강화 추진일정이 지연되며 그보다 적은 재정을 사용했음에도 18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점을 지적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 보장성 강화정책의 재정설계는 보험료율 인상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승용 한국경제인총연합 고용정책팀장은 4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현 정부의 보장성 정책은 보장성 수준을 높이기 위해 외현적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통제나 관리 기전은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 필요재원을 매년 보험료를 2~4% 수준으로 올리려한다”면서 “이런 운영방식은 국민의 불안감을 높일 뿐이다. 보장성 강화정책을 발표하며 보험료는 충분히 감안하지 못한 듯하다”고 비난했다.

결국, 오는 5월 진행되는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의 수가협상과 수가협상이 마무리되면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논의하기 위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전쟁터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가를 올리려는 공급자와 국민의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거부감을 고려한 건보공단의 방어, 보장성 강화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을 바라는 정부가 팽팽하게 맞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서진수 보험위원장은 “지난해는 보장성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감에 수가인상과 그에 따른 보험료 인상에 과거보다 긍정적이었기에 부족하지만 과거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면서도 “올해의 수가협상은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일련의 우려에 대해 “핵심은 보장성강화를 위해 보험료는 해마다 오르고 계속 오른다는데 혜택은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병원에서 내야하는 돈은 별 차이가 없고, 환자 쏠림으로 진료예약은 더 힘들어지고 대기시간은 길어졌다. 이 상황에서 누가 돈을 더 내겠냐. 여론을 돌릴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면 문재인 케어도 망한다”고 예측했다.

그 때문인지 정부는 보장성 강화정책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를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가 하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논의구조를 개편하고 가입자(국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지급해야할 보험료가 줄어들어 발생하는 민간보험의 반사이익을 조정하고,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도 올해엔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에 보장성 강화정책과 건강보험제도, 이를 둘러싼 보건의료계 및 사회 전반의 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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