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환경 개선보다 제보자 색출? ‘아스달 연대기’ 이대로 괜찮을까

[쿡초점] 환경 개선보다 제보자 색출? ‘아스달 연대기’ 이대로 괜찮을까

기사승인 2019-04-16 17:59:51


대규모 제작비로 화제가 된 tvN ‘아스달 연대기’가 방송 전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제작 스태프의 노동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른 탓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제작 환경 개선 대신 제보자 수색에 나섰다는 폭로도 나왔다.

지난 10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이하 노조)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는 ‘아스달 연대기’의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스튜디오드래곤은 스태프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근로시간과 연장근로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연장 야간근로를 시키며 법에 따른 수당을 지급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월 27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지속된 브루나이 촬영에서는 7일간 151시간30분의 휴일 없는 연속 근로를 했고, 스태프 1명은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고발에 관해 “제작 가이드 정착 초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68시간 제작 시간, B팀 운영 등 을 준수하며 제작 환경 개선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발 이틀 후인 지난 12일에는 노조와 한빛센터, 스튜디오드래곤 측이 참석한 면담이 진행됐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아스달 연대기’ 촬영 현장 내 노동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양 측이 만족할만한 결론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노초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면담 내용을 공개하며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아스달 연대기’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면담에서 미술·분장 A·B팀 구분으로 휴일 보장, 촬영시간 12시간 준수, 식사시간 준수, 산업안전 확보, 68시간 제작가이드라인 준수, 촬영 현장 모니터링 강화 등을 요청했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미술·분장팀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해 A·B팀으로 운영 되는 줄 알았고, 이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직원이 아니라 권한이 없다. 장시간 촬영은 4월엔 잘 지켜지고 있고, 대전과 오산 촬영장엔 스낵차가 상비돼 있다”는 말로 책임을 피했다.

더불어 노조는 “12일 면담일자 전후로 ‘아스달 연대기’ 촬영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노조에 제보한 사람을 색출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하며 “개별근로계약서 미작성, 노동시간 제한 미준수 등 ‘아스달 연대기’ 촬영장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와 제보자 색출 등을 묵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한 스태프는 자신의 SNS에 “함께 만들어 나가는 작품이 아닌 기술을 상납하는 철저한 상하관계”라고 ‘아스달 연대기’ 제작 환경을 설명하며 “생사가 오갈 뻔한 사고가 있었어도 바뀌는 건 없었다”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근로기준법이 바뀌며 방송계에도 주당 최장 68시간 근무제 등이 도입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스달 연대기’뿐 아니라 여러 촬영 현장에서 ‘턴키 계약’ 등 근로자에게 불리한 시스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승범 한빛센터 사무차장은 “지난해 근로기준법 개정 후 방송 촬영 스태프도 이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질적으로 스태프들의 근무 여건은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사와 제작사가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고 법망을 피해가거나, 외주 제작사 고용으로 책임을 회피해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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