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안 되는 의약품사고, 약사들의 전문화면 OK?

관리 안 되는 의약품사고, 약사들의 전문화면 OK?

처방 최대 36.4%, 투약 최대 11.5% 사고 추정… 여전히 위협받는 환자안전

기사승인 2019-04-17 01:00:00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가 형성될 수 있는 배경에는 의학의 발전이 한 몫 했다. 인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질환을 직접 그리고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약물이 개발돼 노동력을 보존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약 한 알, 주사 한 번으로 증상완화를 넘어 완치를 바랄 수 있는 시대가 돼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질환의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해방되기 위해 좀 더 효과적이고 간편한 약물을 찾아 헤맨다. 문제는 의약품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의사나 약사 등 의료전문가들은 ‘약은 독’이라는 정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위험성을 경고한다. 특히 사회가 약에 익숙해지고 점점 많은 약물을 요구할수록 그 위험성은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철저한 관리와 예방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그 일환으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환자안전을 위한 전문약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자리한 보건의료인과 정부관계자, 국회의원들은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의약품 안전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장 겸 보건복지위원)은 토론회를 개최하며 “약사들의 학제가 6년제가 괜히 된 것이 아니다. 임상약학을 통해 환자 치료의 전문성을 더하고 건강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환자의 약물관리는 아직도 엉망”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하나만 써도 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고령환자가 5가지나 중복해 복용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약제 중복처방으로 인한 약물 과다복용과 오남용으로 인한 환자 피해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올바른 약물관리와 환자안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토론회장을 채운 의·약사들은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문약사’가 답이라며 법제화를 제안했다. 처방단계에서 1000건 당 최소 1.19회에서 최대 363.6회, 투약단계에서 1000건당 1.15회에서 115.4회 발생하는 예방 가능한 약화사고(의약품사용과오)를 절반이상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영희 아주대학교병원 약제팀장(한국병원약사회 부회장)은 전문화된 약물치료계획의 수립에 협력하고, 치료의 적절성·사용평가·부작용 모니터링 등을 통해 치료기간과 치료비를 줄이고 환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세분화·전문화된 약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회적 요구에 맞춰 ▲노인 ▲소아 ▲중환자 ▲감염분야 등에 대한 전문약사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민 서울대학교병원 내과계중환자실장(호흡기내과 교수)은 “임상(전문)약사가 중환자실 회진에 참여하고 오전에 중환자실에 머물며 조언하는 경우 약물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66%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며 중환자실에서의 의사 외 인력의 조언과 협력이 점차 중요해지고 요구된다고 호응했다.

이은숙 병원약사회장은 “고령사회에 접어들며 한 사람이 많은 약물을 복용하고, 만성질환 증가 등 사회구조 변화와 의료서비스,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며 환자의 안전과 효과적 치료를 위해 다학제간 팀의료가 확대·발전하고 있다”며 “다양한 질환에 대한 환자별 특성을 이해하고 전문성을 갖춘 전문약사가 육성·배출될 수 있도록 법제화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문약사의 필요성과 배출에는 동의하면서도 법제화를 통해 전문약사의 역할과 지위, 의료기관의 의무배치, 전문성에 합치된 임금(수가) 등의 사항은 직역 간의 이해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하는 민감한 사안으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취했다.

정재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서기관은 “약의 전문가는 약사다. 전문약사제도의 필요성과 현장의 경험들을 토대로 한 전문약사제도의 도입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법제화를 위해서는 언제, 어떻게, 어떤 분야와 범위를 정해서 갈지, 이해당사자의 입장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한다. 제도도입으로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닐 수 있다”고 회의적 입장을 전했다.

덧붙여 “의약분업의 대원칙은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다. 지금도 법으로 약사는 전문가로 의사의 처방전을 검토하고 변경할 수 있다. 허들이 있을 수 있지만 약에 대한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높인다면 역할 증대가 가능할 것”이라며 “병원 내에서의 역할로 국한할 필요도 없다. 지역에서의 약료 등 추가적으로 해야 할 과제는 지금도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위협받는 환자안전과 제대로 통계조차 잡히지 않아 관리되지 못하는 예방 가능한 약화사고에 대한 관리방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진 못했다. 전문약사제도 법제화를 제외한 의약품부작용신고나 환자안전사고 등 자율보고와 이를 기반으로 한 의료기관의 자정노력에만 의존해야하느냐는 질문에 정 서기관은 그렇다는 답만을 내놨을 뿐이다.

이와 관련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발사르탄 불량원료에 의한 돌발위험보다 옆에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상시적 위험이 1000배는 위험하다”며 “전문화되고 전문성 가줄 전문약사가 제도화되는 것은 약사직능 만이 아니라 국민건강, 환자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믿는다”며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다.

김문숙 서울대병원 내과간호과장은 “입원 환자들 특히 고령 환자들은 무슨 약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도 개인정보에 묶여 앞선 치료나 외부에서 어떤 약을 쓰고 있는지 몰라 약을 추가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입원환자에 한해서 만이라도 복용 중인 약의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체계가 마련돼야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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