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운동 125주년을 맞아 방송되는 ‘녹두꽃’은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품을 연출하는 신경수 PD는 ‘녹두꽃’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겪는 분노와 좌절, 그것을 딛고 일어날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17일 오후 서울 목동서로 SBS 사옥에서 SBS 새 금토극 ‘녹두꽃’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신경수 PD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의 역사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배우 조정석이 형 백이강 역을 맡았고, 윤시윤이 동생 백이현을 연기한다.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을 작업했던 신경수 PD가 연출하고, KBS ‘정도전’으로 호평을 얻은 정현민 작가가 대본을 집필한다.
이날 신경수 PD는 “지난해부터 작가님과 회의를 거듭하며,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해에 전라북도 고부 이방 가문의 두 형제 이야기를 찾게 됐다”고 작품의 시작점을 알렸다.
신 PD와 제작진이 농학농민혁명 당시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담아내고 싶은 메시지는 희망이다. 신 PD는 “역사적인 배경은 배경이고,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분노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라며 “선대의 젊은이들이 겪은 분투와 좌절, 새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도약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 시대에 희망과 울림, 격려를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학농민운동을 최초로 다루는 드라마임에도 녹두장군 전봉준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신 PD는 “초반엔 전봉준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준비했지만, 드라마로 풀어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전봉준을 주인공으로 하면 드라마가 아닌 역사극으로 흘러갈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작품을 통해 그리고 싶었던 것은 한 명의 영웅이나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의 평범한 인물들이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이며 형이자 아우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전봉준을 뒤편에 놓고 우리가 그려내고 싶은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상파 드라마 최초로 동학농민혁명을 다루는 만큼, 역사 고증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신 PD는 “약 100년 정도 전의 시대를 다루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면서도 “정현민 작가가 굉장히 꼼꼼하다. 방대하고 치밀한 사료를 연구해 대본을 집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되도록이면 어긋나지 않게 고증과 재현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만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다. 여러 사료 중에서 가장 객관적이면서 안전한 정보를 가지고 드라마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캐스팅도 고증에 맞게끔 하려고 노력했고, 미술과 연기 등도 실제 인물에 맞게 준비했다”며 “역사 속에 매몰되지 않고 살아서 꿈틀대는 전봉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신 PD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동시간대 전작 ‘열혈사제’를 언급하며 “전작이 성공해서 좋다, 한편으로는 ‘나는 안 되면 어쩌나’라는 걱정도 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열혈사제의 성공은) 결과적으로 우리 작품에는 행운이다. ‘열혈사제’가 첫 금토극의 좋은 길을 열어줬고, 우리가 잘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는 26일 오후 10시 첫 방송.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