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부족을 해결할 ‘녹색혁명’으로 불리며 유전자변형생물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가 등장한 지 5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내가, 우리가족이 먹는 음식은 자연 그대로여야 한다’며 거부한다.
최근에는 GMO감자로 논란이 재점화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GMO감자의 수입승인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알려지며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껍질을 벗겨도 색이 변하지 않도록 유전자가 조작돼 독성물질이 쌓여도 색이 변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GMO 감자가 수입되면 국민은 GMO DNA나 단백질이 포함된 감자튀김, 감자탕 등을 먹으면서도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다”며 “GMO완전표시제가 도입되지 않은 한, 안전성에 논란이 있는 GMO감자 수입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년 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을 통해 20만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한 ‘GMO 완전표시제’ 요구와 같은 주장이다. 청원자는 “국민 1인당 매년 40kg 이상의 GMO를 먹고 있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99.99%에 아무런 표시가 없다. Non-GMO 표시도 불가능하다. 소비자의 알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선택권도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문제는 “GMO 표시강화와 학교급식에서의 제외는 대통령 공약사항이지만,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된다면, 물가 인상, 경제적 능력에 따른 계층 간 위화감 조성 우려도 있다. GMO 제품에 대한 실질적 차별로 통상 마찰의 가능성, 정부부처나 시민사회단체 간 입장차이도 있어 좀 더 신중하게 봐야할 것 같다”는 답변처럼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다.
당시 답변에 나섰던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은 ▲GMO 완전표시제 도입 ▲공공급식, 학교급식 등에 GMO식품 사용금지▲Non-GMO 표시 허용이라는 3가지 요구에 대해 “2013년부터 식약처 중심으로 ‘GMO 표시제도 검토 협의체’를 운영했지만, GMO에 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 Non-GMO 표시완화든 완전표시제든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답변이 이뤄진지 1년이 돼가는 시점까지 정부의 제도개선이나 사회적 합의의 결과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 우려의 핵심인 GMO식품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명확하지 않다. 단지, 22종에 이르는 GMO품목 중 국내에 수입·판매되는 6종(대두, 옥수수, 카놀라, 사탕무, 알팔파, 면화)의 시판제품에는 GMO 유전자가 남아있지 않다고 답할 뿐이다.
이와 관련 유전공학이나 생명공학 전문가들 대다수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2016년 노벨상 수상자 108명은 GMO 반대운동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60주년을 맞이한 한국미생물학회 학술대회장에서 만난 생명과학계 석학 김빛내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또한 GMO 식품에 대한 사회적 불안은 ‘불필요한 우려’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GMO는 DNA(유전자)를 넣는 기술이기에 인체유해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DNA가 들어간 것은 먹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상당부분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중 DNA가 없는 것은 없다. 불필요한 우려가 많은 것 같다”며 보다 생산적인 방향에서 논의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GMO감자의 수입허용을 검토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신청자에게 추가자료를 요구한 상황”이라며 “아직 결정된 부분은 없다. 몇몇 승인한 국가는 있지만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품의 경우 안전성에 문제는 없다. 향후 승인되는 제품 또한 그럴 것이며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관리하고 있다”면서 “국민적 불안과 반대가 정확한 정보에 기반 할 수 있도록 방문교육과 동영상, 카드뉴스, 웹툰, SNS(사회연결망서비스) 등을 통해 올바른 정보제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차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의 물가상승 등에 대한 우려로 ‘완전표시제’를 우선으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한다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원재료부터 GMO식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제품에 ‘Non-GMO’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표시제’를 도입했다.
이에 대해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과학계에서도 GMO식품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부도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에 지자체도 각자노선을 걷는 모습”이라며 “안전성이 최대한 확보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알리는 동시에 정치적 결단을 통해 일관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선을 그어줘야한다”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