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은 약을 처방할 때 치료 목표 달성을 위해 여러 가지 약을 함께 쓰는 ‘다제 병용 요법’, 이른바 칵테일 요법을 자주 쓴다.
난치성 호흡기질환 치료를 특화한 서울 강남구 영동한의원 대표원장 김남선 박사 역시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 그리고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동시에 다스리는 복합한약 처방을 즐겨 사용한다. 전통 한약 소청룡탕(小靑龍湯)과 소건중탕(小建中湯),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을 현대인의 체질에 맞게 재조합한 ‘김씨영동탕’과 ‘김씨공심단’이 그것이다.
소청룡탕은 감기로 인한 기침과 백일해, 기관지염의 치료에 사용해 온 처방이다. 마황(麻黃) 백작약(白芍藥) 오미자(五味子) 반하(半夏) 세신(細辛) 건강(乾薑) 계지(桂枝) 감초(甘草) 등의 한약재를 달여서 만든다.
소건중탕은 만성질환으로 몸이 피로하고 허약해져 심계항진·도한(盜汗), 때때로 복통을 겪을 때 주로 쓰는 처방이다. 백작약 계지 생강 대추 감초 교이(膠飴, 조청) 등으로 구성한다.
보중익기탕은 체력증진을 돕는 보약이었다. 황기(黃耆), 인삼(人參) 백출(白朮) 감초 당귀(當歸) 진피(陳皮, 귤껍질) 승마(升麻) 시호(柴胡) 등의 한약재를 혼합해 만든다. 결핵증과 병후 피로, 허약체질 개선용으로 사용한 처방이다.
김 박사는 여기에 신이화, 금은화, 삼백초, 녹용, 녹각교, 우슬, 홍화자, 토사자, 속단 등 35가지 약초를 가미해 새 복합한약을 개발했다. 콧물 코 막힘 재채기 등 알레르기 비염 증상과 기침 가래 숨참 등 기관지 천식 증상, 그리고 폐포 손상으로 숨길이 좁아지는 COPD 증상을 한꺼번에 다스리기 위해서다.
신이화는 몸 안에 있는 차가운 기운과 코 막힘, 콧물, 그리고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 두통, 집중력 저하, 오한과 발열, 전신 통증 해소에 도움을 주는 약재다. 또 금은화는 폐기관지 염증과 점막부종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녹용과 녹각교는 죽어가는 폐포를 재생시키는 역할, 폐 면역력과 저항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홍화자는 폐 속 점액순환을 개선시켜 폐 기능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김 박사는 28일, “장기 임상연구 결과 소청룡탕 등의 단독 치료 효과가 약 70%에 그치는 반면 복합한약 요법은 효과가 90%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박사에게 만성폐쇄성폐질환, COPD를 어떻게 하면 예방하고 물리칠 수 있는지 물어봤다.
-COPD는 어떤 병?
“COPD는 폐섬유화증, 폐기종, 알레르기 천식, 기관지확장증 등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인해 숨길이 막혀 숨을 제대로 못 쉬는 병이다. 미세먼지 공해 등 유해 대기오염 물질과 흡연으로 인해 폐 속으로 나쁜 공기가 흘러들어 폐포(肺胞)손상과 함께 폐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잦은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 외에 호흡 시 ‘색색’거리는 소리가 나는 천명(喘鳴), 만성 무기력증 등이다. 우리의 폐는 기능이 30%가 망가져도 특별히 이상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병이 점점 더 깊어지며 호흡 곤란, 체중 감소, 전신 피로감 등을 호소하는 경과를 밟는다.”
-유병률은 어떻게 되나?
“인구의 약 10%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 사망원인 순위 8위, 세계인 사망원인 중 4위에 올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에는 COPD가 지구촌 사망원인 질환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암과 당뇨, 심뇌혈관질환 못지않게 COPD도 우리의 생명을 꽤나 위협하는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45세 이상 남성의 19.4%, 여성의 7.9%가 COPD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6000명 이상이 COPD로 사망하고 있다.
COPD는 진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투병 생활이 곧 삶의 질 유지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COPD 발생 및 악화에 영향을 주는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COPD가 생기면 폐포가 망가져 숨 쉬는 게 힘들어지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COPD를 ‘침묵의 살인자’라 부르는 이유다.
COPD를 유발하는 가장 큰 위험인자는 흡연이다. 하루 한 갑씩 담배를 10년 넘게 피운 40세 이상 성인 남녀 또는 20년 이상 하루에 반 갑 정도씩 담배를 줄기차게 피워 온 사람이 COPD 발병위험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이밖에 간접흡연, 미세먼지 공해 등 대기오염 물질 흡입, 고령, 기관지천식 등도 COPD 위험요인으로 지적된다.”
-한의학박사시다. 한약이 정말로 COPD 치료에 도움이 되나?
“물론이다. 폐 기능 강화 및 유지에 도움이 된다. 우리 몸이 스스로 병을 다스리도록 돕는 게 한약의 힘이다. 한약은 폐 면역력 강화에도 유익하다.
특히 복합한약 칵테일 요법은 COPD로 막힌 숨길을 열어주고, 폐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탁월하다고 자부한다. 병들어 죽어가는 폐포를 되살리는 세포재생 효과는 물론 면역력을 증가시켜 심폐 기능을 동시에 높여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폐와 심장을 부모형제 사이와 같은 장기로 본다. 실제 COPD 환자는 폐 기능 저하로 심장에도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심장병 발생 위험도 높다.
복합한약 칵테일 요법은 폐 기능을 개선하는 한약재와 심장 기능을 돌보는 한약재를 동시에 사용해 심장병 합병 위험도 낮춰준다.”
-COPD 예방 생활수칙이 있다면?
“COPD로 손상된 폐 기능은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그래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 활동량을 줄이게 되고 폐 기능이 점점 더 약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어떻게 하든 발병 초기에 진단해 최적의 치료를 통해 병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상하다 싶으면 일단 폐 기능 검사부터 받아보는 게 순서다. 만약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지금 당장 끊기를 권한다. COPD를 피하고 싶다면 금연실천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미세 먼지가 많은 날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이 불가피할 때는 방진 또는 황사 마스크를 꼭 착용하도록 한다. 집에서 음식을 조리를 할 때도 환기를 시키는 등 늘 깨끗한 생활환경 속에서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COPD 4기 환자의 약 30%는 폐렴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COPD 환자들은 폐렴구균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 독감 예방 효과가 있는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도 필요하다.
숨이 차다고 활동을 안 하게 되면 폐 기능이 점점 더 약해진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매회 적어도 30분 이상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빨리 걷기와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추천한다.”
글·사진=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