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원인을 없애지 않으면 게임을 막아도 또 다른 갈등이 양산 된다”
건국대학교 전의준 교수는 게임과몰입의 근본적인 원인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학업스트레스’, ‘자기 통제력’, ‘부모양육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25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전 교수는 ‘4년간의 여정-청소년과 게임의 대한 2000가지의 기록’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전 교수는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디지털 게임의 인지‧심리적 효과, 소셜미디어의 사회‧문화적 영향, 문화기술의 활용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전 교수는 지난 2014년부터 4년간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게임 과몰입 현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우선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 시간에 따라 과몰입군과 일반군으로 나누어 구분했다.
4년간 관찰한 결과 청소년들은 전문가적인 조치가 없어도 매년 50-60%의 과몰입군은 1년 후 일반군으로 회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물론 일반군에서 과몰입군으로 넘어가는 이들도 있었지만 1년 후 대부분은 다시 일반군으로 돌아왔다. 관찰 기간 동안 과몰입을 유지한 청소년은 단 11명에 불과했으며 이들에게는 병적인 증상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 게임 과몰입은 청소년 시기의 특수성과 맞물려 사회문화적 환경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상황일 가능성이 크며 주변 환경 변화를 통해 해결 될 여지가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토대로 두 집단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변화요인과 영향요인을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했을 때 양쪽 모두 자기 통제력과 학업 스트레스가 과몰입 지수를 높이는 주 요인인 것을 밝혀냈다. 자기 통제력이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환경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분석에 따르면 과몰입군은 일반군에 비해 자기 통제력이 유의미하게 낮았으며 이는 학업 스트레스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 학업 스트레스는 부모의 과잉 간석, 과잉 기대 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 교수는 북미나 유럽과 비교했을 때 특히 중국, 한국에 게임 과몰입 보고가 집중되는 이유로 “입시 문화가 치열한 문화적 환경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학업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게임 과몰입 현상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부모 양육 태도도 게임 과몰입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된다. 부모의 자기 통제력과 고독, 우울과 같은 심리적인 요소는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부모의 애정도가 높거나 자녀간의 의사소통이 높을수록 과몰입 지수는 떨어졌다. 전 교수는 “가정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증진시키는 범사회적 노력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합했을 때 결국 게임 과몰입의 가장 주된 영향은 게임 그 자체보다는 부모의 양육태도, 학업스트레스, 자기통제력 등의 사회심리적 환경에 기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게임을 막아도 또 다른 문제 양산된다. 전 교수는 “게임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이기 때문에 유독 돋보이는 것이다. 게임을 없애면 SNS, 유튜브 과몰입 등 다른 문제가 양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장애 등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충분한 연구 없이 발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측정 요소들을 배제했다. 우선 장애로 등재를 하면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생길 것이라는 취지에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남ㅣ문창완 기자 lunacy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