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억여원 때문에? 보훈공단, 경영평가 조작

[단독] 8억여원 때문에? 보훈공단, 경영평가 조작

뒤집힌 중앙-부산 보훈병원 1년 성과… 담당직원 징계는 불문경고로 ‘끝’

기사승인 2019-04-27 05:00:00

현 정권은 ‘촛불정부’로 불리며 어느 정권보다 공정함과 공평함, 투명함을 강조해왔다. 박근혜 정권의 반작용인지 국민들도 국가기관의 행사가 치우침 없이 깨끗하길 바라며 믿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믿음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유공자의 의료와 복지서비스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사장 양봉민, 이하 보훈공단) 얘기다. 보훈공단은 지난해 산하 의료기관의 1년 성과와 그에 따른 직원성과급 등을 결정하는 ‘2017년도 기관별 경영평가’를 조작했다.

그 결과, 5개 산하 의료기관 중 객관적 계량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왔던 중앙보훈병원과 부산보훈병원의 평가결과가 뒤집혔고, 중앙보훈병원 직원들에게 지급했어야 할 성과급 8억1300만원을 아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개된 2018년 보훈공단 종합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사태는 산하 의료기관의 경영평가를 담당한 A과장과 B부장, 이들의 상급자이자 결제자인 C실장, 3명의 과오로 발생했다.

감사보고서에서 B부장은 의료사업군 평가를 위한 핵심지표(KPI)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수술실적 향상도 지표의 목표 및 실적기준을 타 병원과의 협의과정 없이 (특정 병원에 유리하게) 변경했고, 타 병원들의 원상회복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C실장은 당시 공석이었던 이사직을 겸하며 경영평가 등에 대한 전결권을 갖고 B부장이 주도한 지표변경 사항을 별다른 논의 없이 승인했다. 여기에 A과장 또한 일련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정해진 절차나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이에 보훈공단 감사실은 “공단이 정한 복무규정이나 인사규정 등을 위반했다”며 이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B부장에게 ‘징계’ 처분을, C실장과 A과장에게 ‘경징계’ 처분을 각각 요구했다. 문제는 일련의 사건이 표면적으로 공개된 내용일 뿐이라는 점이다.

◇ 진실 감추고, 징계수위 축소하고… 보훈공단 마음대로

쿠키뉴스가 확보한 보훈공단 감사실의 감사결과보고서 원본은 공개된 내용과 많은 부분이 달랐다. 원본에도 특정 병원을 위해 실적평가지표를 임의 변경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더욱 심각한 사실들이 담겨있었다. 심지어 보훈공단은 주요 위반사항을 누락한 수정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들의 책임을 사실상 묻지 않기로 했다.

감사보고서 원본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6월 각 병원과 병원별 경영분석보고서 세부기준을 협의했고, 9월 목표값을 확정했다. 그리고는 여타 병원과의 협의과정 없이 치과임플란트 수술금액을 수술실적 향상도 지표의 목표와 실적에 포함시켜달라는 부산병원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후 제기된 대구병원의 지표원복 요구나 중앙병원의 이의신청은 묵살했다.

이렇게 임의로 지표를 변경하고도 비계량평가결과와 지표달성률 등을 더한 중간평가결과 중앙병원이 2.36점차로 부산병원을 제치고 1위를 고수하자, 무슨 이유 때문인지 종합경영효율성을 평가하는 평가위원 3명이 중앙과 부산에 각각 1점과 5점의 극단적인 점수를 일괄 부여했다. 그 결과 최종점수에서 부산병원이 0.04점차로 중앙병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 감사실은 “지표기준을 임의로 변경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으며 지표기준 변경으로 중앙병원과 부산병원의 등수가 뒤바뀐 것을 고려해볼 때 해당 건은 중요한 사항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했어야 타당했다”면서 경영평가 담당자들이 중대한 오류사항인지 확인받도록 정한 내부규정을 어겼다고 봤다.

특히 경영평가심의위원회 개최 및 종합경영효율성 평가 운영과 관련 “종합경영효율성 평가를 불공정하게 운영하고 공단 전체 직원의 성과급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원회의 일부 위원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 부산병원의 점수를 몰아준 것과 같은 의혹을 갖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보훈병원 내부경영실적 평가순위를 뒤바꾸도록 했다”고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감사실은 “공단 평가부서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해 전체 직원이 내부평가를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해당 병원 직원들이 상실감을 갖게 하는 등 사기를 저하시켰다”며 B부장을 ▲종합경영효율성 평가 회의 검토자료 미제공 ▲경영평가심의위원회 회의록 미작성 ▲보훈병원 이의신청 검토 부적정 등을 이유로 ‘정직’ 처분해야한다고 인사위원회에 권고했다.

여기에 “C실장은 이사장이 정한 성과지급기준과 방법에 위배되게 종합경영효율성 평가가 불공정하게 실시되도록 했고, A과장은 결정이 상급자의 협의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 하더라도 내부평가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로 해당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할 의무가 있었다”면서 각각 ‘감봉’과 ‘견책’ 처분이 합당하다고 보고서에 기술했다.

하지만 감사실의 감사보고서는 일반에 공개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대부분 삭제됐다. 게다가 이들에 대한 징계결과는 2차례의 이의신청과정을 거쳐 공단이 정한 기한을 초과한 지난 5일 법률상 징계처분이 아닌 ‘불문경고’로 최종 결정됐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반론보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내부평가 조작’ 관련

본지는 4월 27일 자 「8억여원 때문에? 보훈공단 경영평가 조작」 및 6월 13일 자 「법 비웃는 보훈공단, 감싸는 보훈처」 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2017년 내부평가 조작사건의 내부감사결과보고서 원본에 담긴 주요 위반사항을 누락한 수정보고서를 공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감사실의 관련자들에 대한 정직 등 징계처분 의견을 뒤집고 불문경고로 징계수위를 축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수정보고서도 핵심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처분 요지를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고, 징계처분은 법무법인 자문을 병행하고 변호사, 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특별인사위원회가 적법하게 결정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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