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은 결말을 알아도 편한 마음으로 지켜보기 어려운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에 마지막 내용을 예측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인생 최대의 목표가 성공인 변호사 정엽(이동휘)은 대형로펌에 취직하기 위해 애쓰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누나의 권유로 지역 아동복지센터에서 일을 하게 된 정엽은 자신을 계속 찾아오는 다빈(최명빈)·민준(이주원) 남매와 엮인다. 매사에 무심한 정엽은 학대 정황이 있는 남매에게 잠시 마음을 쏟다가, 로펌 합격해 지역을 떠난다.
하지만 정엽은 그토록 원하던 로펌에서 제대로 된 사건을 수임하기도 전에, 다빈의 소식을 듣게 된다. 10살 소녀인 다빈이 7살 남동생인 민준을 죽였다는 충격적인 자백을 했다는 이야기에, 정엽은 다빈의 변호를 자처하며 그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의 바탕이 된 사건은 2013년 8월 경북 칠곡군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다. 8세 여자아이가 복통을 호소하며 사망한 사건에서, 아이의 친언니가 자신이 동생을 때렸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평소 자매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했던 계모의 강요에 의한 것임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칠곡 아동학대 사건으로 널리 알려져 국민적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영화는 아동학대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소비하기보다, 학대를 방관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한다. 첫 장면부터 방관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마지막까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인상적인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특히 학대 피해자인 다빈을 연기하는 배우 최명빈의 섬세한 감정표현이 돋보인다. 다양한 작품에서 매력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이동휘는 진정성 있는 얼굴을 보여줬다. 학대 가해자인 지숙 역할을 맡은 배우 유선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초반부의 대사와 다양한 캐릭터 등으로 작품의 완급을 조절하려 했지만, 성공 여부는 의문이다. 전개와 캐릭터의 변화 속도가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12세 관람가. 다음달 개봉.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