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을 맞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오는 19일 1000회 방송을 내보내는 KBS2 ‘개그콘서트’의 이야기다. 1999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20년간 방송되며 대한민국 대표 개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개그콘서트’는 1000회의 영광과 침체기라는 위기를 동시에 받아 들었다.
1000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위해 11일 오전 서울 KBS 여의공원로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 모인 제작진과 출연진은 ‘개그콘서트’의 과거와 현재에 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이 자리에는 코미디언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 유민상, 강유미, 신봉선, 송중근, 정명훈, 박영진 및 원종재 PD와 박형근 PD가 참석했다.
‘개그콘서트’의 출발점을 마련했던 전유성과 김미화는 각각 방송 1000회에 관한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전유성은 “200회 정도 했을 때, 1000회를 이야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형식적인 말이라고 생각했다. 700회에 출연했을 땐 1000회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1000회가 됐다”며 “제가 처음에 ‘개그콘서트’를 만든 것처럼 이야기되곤 하는데, 저는 가장 선배라서 대우를 받을 뿐이다. 그동안 후배들이 수고했다”고 말했다.
김미화는 “나에게 ‘개그콘서트’는 다섯 번째 아이 같은 존재다. 많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지만, 20년 동안 줄곧 사랑받은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 뿐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코미디언 선후배, 제작진이 힘을 합쳐 열심히 해준 덕분이다”라고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온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1000회 방송을 연출하는 원종재 PD는 “20년을 정리하는 무대를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20년간 15000개에 달했던 코너 중,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총 18개의 코너를 엄선했다. ‘레전드’로 꼽히는 코너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현재를 보여주기 위해 지금 방송되는 코너도 넣었다.
특별히 KBS홀에서 녹화를 진행하는 것에 관해선 “20년 동안 ‘개그콘서트’를 찾아주신 관객을 추산해보니 약 90만 명에 달한다”며 “1000회 특집은 공연처럼 최대한 중단 없이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성기 시절 20%대 육박했던 시청률이 5%대로 떨어지는 등 현재 ‘개그콘서트’는 위기에 봉착했다. 각종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전 국민의 한 주를 마무리했던 과거의 위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관해 제작진과 출연진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원 PD는 “지금 저희도 (프로그램이) 과거에 멈췄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아 답답한 면도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여전히 ‘개그콘서트’를 새롭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유성은 ‘개그콘서트’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초기 ‘개그콘서트’는 대학로에서 관객에게 검증이 끝난 것들을 방송에서 내보내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점점 대학로 콘텐츠가 아닌, 방송 위주의 프로그램이 됐다. 이런 점이 나태하고 식상한 감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청자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없어져야하고, 재미있다면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봉선은 과거보다 소재에 제약이 많다는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시청자에게 웃음을 전하기 위해 여러 후배들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아이디어가 있지만, 공중파에 녹여내는 것이 쉽지 않아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 중”이라며 “새로운 문화 중 ‘개그콘서트’에 어울릴 만한 것들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많은 분들께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코너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1000회를 맞이한 ‘개그콘서트’는 오는 19일 오후 9시15분 방송된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