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경찰이 삼성 수족 역할 명명백백 확인”

금속노조 “경찰이 삼성 수족 역할 명명백백 확인”

기사승인 2019-05-21 13:55:41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시신 탈취 사건에 경찰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1일 “이 과정에서 경찰이 삼성의 수족 역할을 한 것이 명명백백 확인됐다”며 경찰의 공식 사과와 관련자 엄중 문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남지부는 이날 오전 경남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경남지부는 “염호석 열사의 한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며 “삼성이 기획하고 수족이 된 정보경찰의 집행으로 열사의 유언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염호석 열사의 시신 탈취 과정에 삼성이 기획했고, 경찰이 집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최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경남지부는 “특히 염호석 열사가 사망한 2014년은 이철성 전 경남지방경찰청장이 재임 중인 시기였다”면서 “이 전 청장은 2016년 4월 총선 당시 경찰 정보라인을 이용해 친박계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박근혜 시절 청와대 22경호대장으로 진급했다”며 “이런 사람이 재임 중이던 경남경찰청이 정보경찰을 동원해 염호석 열사 시신 탈취에 개입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비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경남지부는 “그러나 경남경찰청의 책임자들은 아무런 수사도, 사과도 없었으며, 오히려 일부는 승진해 도내 모 경찰서 서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며 “당시 정보경찰을 지휘한 도경 정보과장은 염호석 열사 시신 탈취 과정을 몰랐다면 직무태만이고, 알았다면 방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방관하거나 직접 개입한 것으로 의혹을 사고 있는 경남경찰청장과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적극적인 재수사를 촉구한다”며 “진정 경찰개혁을 원한다면 책임자 위치에 있는 경남경찰청은 염호석 열사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염호석 양산분회장 시신 탈취 사건이란?

2014년 5월17일 오후 1시18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고(故) 염호석 양산분회장이 강원도 강릉 모 처에 주차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승용차 안에는 염 분회장이 작성한 유서가 있었다.

이 유서에는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다"며 "나 하나로 인해 지회가 승리하기를 기원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유서 마지막에 "(저의)시신을 찾게 되면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달라"며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해 이곳(정동진)에 뿌려 달라"고 적었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수리기사로 일했지만, 정작 삼성전자서비스 소속이 아니었다.

이 같은 사정은 염 분회장만이 아니었다. 현장 수리기사 모두가 그랬다.

이들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뭉쳤고, 그 결과 2013년 7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처음 설립됐다.

염 분회장이 있던 양산분회는 노조 투쟁에 있어 전국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이었던 곳이었고, 그는 양산분회를 이끌던 분회장이었다.

삼성 측은 염 분회장 사망 후 이를 계기로 노조 투쟁이 더 강경해질 것을 우려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염 분회장의 장례를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빨리 치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들 정보경찰은 염 분회장의 시신을 몰래 빼돌리는 과정에도 개입했다.

노조는 염 분회장의 아버지가 “가족장으로 치르겠다”고 하자 “고인의 뜻에 따라 노조장으로 치르게 해 달라”고 반발했다.

이에 장례식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준비하는 노조원들 몰래 염 분회장의 시신을 빼돌리기 위해 허위 내용의 112신고를 지시했다.

현장에 250여 명의 경력이 도착하자 노조와 대치하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혼란한 틈을 타 염 분회장의 시신을 빼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 경찰관들은 염 분회장의 시신을 화장하려는 과정에 필요한 서류를 받기 위해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염 분회장 화장은 애초 정해진 날짜보다 앞당겨 진행됐다.

당시 양산경찰서 정보계장은 삼성전자서비스 사측 관계자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다.

정보계장은 이 돈으로 옷을 사 동료들에게 나눠 줬고, 일부를 당시 양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줬다고 했다.

하지만 정보과장은 “돈을 받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부정처사후수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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