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마두역 인근에 지상 13층, 지하 8층 규모의 건물이 들어섰다. 오는 10월 개원을 목표로 내부공사와 직원모집에 한창인 차병원그룹 산하 ‘일산글로벌라이프센터’다. 이를 두고 지역 의료계는 국민건강과 환자의 의료기관 접근성, 비용부담 증가 등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2월로 예정됐던 차병원 일산글로벌라이프센터는 공사가 다소 지연되며 계획변경설도 한 때 나돌았다. 하지만, 이를 일축하듯 5월 초 건물 외벽공사를 마무리하고 지난 22일에는 간호사와 진료지원인력, 행정 및 연구인력 중 경력자를 선발하는 공고를 공지하며 개원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룹에 따르면 일산글로벌라이프센터는 인근 일산백병원은 물론이고 분당차병원의 2배에 가까운 연면적 7만2103㎡에 350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으로 설계됐다. 향후 센터는 자궁·유방·난소 암 등 3대 여성암과 부인과, 산부인과, 난임, 등 여성관련 질환을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분만병원의 기능을 위해 산후조리원을 포함해 소아청소년과와 신생아중환자실(NICU)도 갖출 계획이다. 여기에 내분비·소화기·순환기·호흡기 등 내과계 진료과와 외과, 비뇨의학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에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까지 개설해 종합병원의 역할도 수행할 방침이다.
특징이라면 글로벌라이프센터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해외환자를 유치해 차병원의 장점을 세계에 알릴 국제진료센터와 산모 및 여성환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쇼핑몰 등 상업시설이 지하 1층부터 지상3층까지 구성될 것이라는 점, 병원 최상부는 ‘병원호텔’로 불릴 1인실을 다수 갖출 것이라고 점 등이다.
문제는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여성특화 종합병원 브랜드 ‘차병원’이 들어섬에 따라 지역 내 의료서비스 이용행태에 지각변동이 생길 것이라는 점이다. 인근 중대병원은 물론 지역 중소 병·의원들, 특히 산부인과를 주진료과로 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은 존폐를 걱정할 만큼 대규모 환자 및 의료인력의 이동을 우려하고 있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주변으로 일산백병원, 일산동국대병원, 국립암센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이 있고, 일산차병원 주변으로 이미 상권이 발달돼 중소 병·의원들도 다수”라며 “환자와 간호사, 의사 등의 이동은 물론 지구력이 부족한 의원급 의료기관 특히 산부인과들은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일부는 폐업을 했거나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곳도 있었다. 이와 관련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회장은 “현재 규모가 작은 중소 지역 산부인과 병·의원들은 뺨만 쳐도 울 기세”라며 “저출산, 비혼과 같은 사회적 문제부터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한 배상책임강화 등 제도적 문제까지 겹쳐 작은 이유만 있어도 줄 폐업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차병원 정도의 여성특화기관이 종합병원급 규모와 화려한 구성으로 주변에 세워지는 것은 차마 결정하지 못했던 폐업을 할 수 있는 좋은 이유가 되지 않겠느냐”며 “지역 의료계의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 듣고 있다”고 첨언했다. 지역에서는 꽤 알려진 중소 산부인과 병원 관계자도 “산모와 환자, 직원 모두 힘들어질 것”이라며 “여러모로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차병원그룹 관계자는 “지역 사회와의 상생협력을 위한 방안들도 고민하고 있다”며 “당장 글로벌센터의 진료는 여성암이나 난임, 고위험 산모에 대한 전문진료가 중심이기에 개원가와는 진료내용이 조금 다를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어 “의료기관 내에 미설치 진료과인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은 지역 병의원 입주를 유치해 협력진료 할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회송 시스템을 통해 개원가와 적극 협력할 계획도 구상 중이다. 이 외에도 개원의 대상 연수강좌나 진료전문성을 위한 교육 및 교류, 개원가와의 집담회 등도 할 예정”이라며 지역 의료기관들과의 상생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