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리브 더 킹 : 목포 영웅’(이하 ‘롱 리브 더 킹’)은 다양한 재료를 썼음에도 어딘가 싱거운 맛이 나는 영화다. 멜로를 주축으로 정치, 액션, 드라마 등 여러 장르가 더해졌지만 적절하게 배합된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날것의 재료들로 어디서도 본 적 없던 맛을 낸 영화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의아한 부분이다.
목포를 기반으로 한 조직의 보스인 장세출(김래원)은 테마파크 부지 조성을 위해 시장상인과 대립하는 시위현장에 철거 용역으로 나갔다가, 상인들을 돕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을 마주친다. 거칠 것 없는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고 뺨을 올려붙인 강소현에게 한눈에 반한 장세출은 강소현이 말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직진하기 시작한다.
장세출은 잘 나가던 ‘사업’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과거 조폭이었으나 개과천선하고 복지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는 황보윤(최무성)을 찾아가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묻는다. 황보윤의 밑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식당일을 하게 된 장세출은 첫 출근을 하던 중 타고 있던 버스가 목포대교 밑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다. 버스가 떨어지려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버스기사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장세출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장세출은 일순간 목포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황보윤은 시장을 철거하고 테마파크를 건립하려는 2선 국회의원 최만수(최귀화)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만, 조직 폭력배 조광춘(진선규)의 모략으로 부상을 당한다. 이에 황보윤을 돕던 장세출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게 된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둔 ‘롱 리브 더 킹’은 조직의 보스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잔잔하고 따스하게 풀어내는 것에 주력한다. 대략의 얼개만 보고 암투가 치열한 정치물이나 느와르를 상상한 관객의 입맛엔 맞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영화는 장세출이 강소현을 만난 뒤 변화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영화의 중심은 멜로나 휴먼드라마에 가깝다.
다소 현실성 없는 이야기에 현실감을 불어 넣는 것은 김래원이 연기한 장세출이다. 김래원은 여러 장르가 교차하는 이 영화에서 매 순간 가장 어울리는 연기를 선보이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장세출을 제외한 캐릭터는 단면적으로 그려졌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 묘사와 예측 가능한 장면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19일 개봉. 15세관람가.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