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대란이 코앞이다. 이미 소각장 처리용량은 120%를 넘어 법정 한계치인 130%에 육박한지 오래다. 일부업체의 소각로는 끊이지 않는 의료폐기물에 폭발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돈을 주고도 의료폐기물 업체가 수거를 해가지 않는 상황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환경부는 “중장기적으로 의료폐기물 시설을 신·증축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과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의료폐기물 분리배출을 위한 교육과 지침안내 등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분리배출로 줄일 수 있는 의료폐기물의 양이 많아야 20% 가량이라는 점을 환경부 또한 인지한 듯, 지난 26일 감염우려가 없는 비감염병 환자가 사용한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폐기물로 분류하는 일회용기저귀를 ▲감염병 환자 등에게서 배출되는 일회용기저귀와 ▲혈액이 묻은 일회용기저귀로 한정했다. 여기에 환경부장관 고시에 따라 기저귀를 매개로 감염될 우려가 없는 일부 감염병도 감염병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비감염성으로 분류돼 의료폐기물 전용소각장이 아닌 일반폐기물소각장에서 처리할 수 있을 뿐, 환경부장관이 고시하는 전용봉투에 담아 분리 배출 및 별도 보관을 해야 한다. 운반과정에서 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집 및 운반에도 의료폐기물 전용차가 필요하다.
심지어 일회용기저귀를 배출하는 의료기관 및 시험·검사기관에서는 기존에 작성하던 ‘사업장폐기물 관리대장’에 의료폐기물 일회용기저귀와 일반폐기물 일회용기저귀에 대한 내용을 분리해 별도기록 하도록 했다. 배출현황과 적정 분리배출 여부를 확인할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기존에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일회용기저귀가 모두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의료폐기물 전용소각장에서만 처리할 수 있었으나,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감염우려가 없는 기저귀는 일반폐기물 소각장에서 처리될 것”이라며 “의료폐기물 전용소각장의 부하를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의료폐기물 처리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의료폐기물 대란을 우려해온 병원계 또한 일단은 환경부의 이번 법령개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의료폐기물 분류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발생량을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의료폐기물 처리기반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뿐이다.
그렇지만 일련의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 요실금이나 변실금 등 질환 특성상 기저귀를 착용하는 이들이 많은 의료기관에서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영향이 요양병원을 제외하면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는 것.
700병상 규모의 한 종합병원 담당자는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의 입원이 많아 일반폐기물로 배출될 양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오히려 일반폐기물이면서도 별도배출을 해야 해 추가분리작업에 따른 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지방 대학병원 관계자는 “일부 요양병원의 경우 비감염성 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환자들의 비중이 높아 의료폐기물 배출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급성기 의료기관은 그리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환경부 차원에서 급한 불은 끌 수 있는 정책이겠지만 의료기관에겐 오히려 부담이 늘어나는 정책”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